일러스트=박상훈

“모진 바람 불어야 질긴 풀 알아보고, 난세 겪어봐야 충신을 알 수 있다(疾風知勁草 板蕩識誠臣)”고 말한 이가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이다. 부친을 도와 왕조를 세우고 정관(貞觀)의 치세(治世)까지 일군 그의 경험담이다.

그가 난세(亂世)로 정의한 ‘판탕(板蕩)’은 유교의 경전인 ‘시경(詩經)’ 속 두 편명(篇名)이다. 각 편은 폭군으로 이름난 서주(西周) 여왕(厲王) 당시 참혹했던 민생의 아픔을 적은 내용이다. 그로써 ‘판탕’은 아예 난세라는 뜻을 얻었다.

시문에는 매미 소리와 함께 국물 끓는 소음이 난세의 현상으로 등장한다. 원문에 따라 적으면 조당(蜩螗)과 비갱(沸羹)이다. 아주 소란스러운 매미의 울음, 국이 끓을 때의 부글부글 시끄러운 소리 등으로 불안정한 사회를 그렸다.

동의어는 즐비하다. 우선 전쟁 등이 벌어지는 경우인 변란(變亂)이나 동란(動亂)이 대표적이다. 분란(紛亂)이나 분요(紛擾)도 그렇다. “요란을 떤다”고 할 때의 요란(擾亂)도 마찬가지다. 소란(騷亂), 소요(騷擾), 요양(擾攘)도 있다.

많은 것을 앗아가는 물길이 등장할 때도 있다. 동탕(動蕩), 격탕(激蕩)이라고 적으면 걷잡을 수 없는 성난 물이지만, 속뜻은 어지러운 세상이다. 푸른 바닷물이 이리저리 마구 흐르는 경우인 창해횡류(蒼海橫流)도 같은 의미다.

잘 다스려지는 치세와 그 반대인 난세를 늘 고민했던 중국이다. 그래서 시끄러운 매미 울음과 국물 끓는 소리에도 민감하다. 현대 중국의 집권 공산당은 ‘사회 안정 유지[維穩]’를 위해 지금도 국방비 이상의 돈을 쓴다.

그에 따라 웬만한 소란 등은 묻혀버린다. 국가와 사회의 ‘중심’을 잡아가는 집요한 관리 능력 덕분이다. 이번 총선 뒤에도 정치적 불안정성만 높아진 대한민국이다. 이젠 국가의 큰 지향도 묘연해졌다. 난세 걱정 않는 사회에 닥칠 난세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