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아야 소피아의 내부 전경. 2020년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 /류동현 제공

이스탄불을 다시 찾은 것은 거의 15년 만이었다. 그 사이 나라 이름이 ‘터키’에서 ‘튀르키예’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스탄불은 지리적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동서양의 만남이 교차하는, 아시아와 유럽의 ‘중간자’적인 위치에 자리 잡은 흥미로운 도시다. 역사적으로 유럽의 기독교 세력과 아시아의 이슬람 세력이 패권을 두고 다투었던 곳이기도 하다. 여전히 술탄 아흐메트 거리와 갈라타 다리 주변을 돌아다녀보면 동서양의 분위기가 혼재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유산을 꼽는다면 바로 ‘아야 소피아’일 것이다. 아야 소피아는 동로마제국 시대인 6세기,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 언덕 위에 당시로서는 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규모의 기독교 성당으로 완성되었다. 이후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이스탄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후, 이곳도 이슬람 사원(모스크)이 되었다. 그리고 20세기 초 세속주의를 주창하던 터키 공화국이 세워지면서 모스크는 ‘아야 소피아 박물관’으로 바뀌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볼 수 있는 곳이 되었다.

과거 이스탄불에 머물면서 아야 소피아 박물관을 여러 번 찾았다. 곳곳을 둘러보면서 느낄 수 있는 역사적 의미와 아름다움이 좋았기 때문이다. 1층 입구를 들어서면 거대한 공간 속에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의 다양한 유산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천장과 2층의 모자이크 벽화, 거대한 아랍어 캘리그래피 원판 등 동서양,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그 아름다움과 함께 평화로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 이스탄불을 찾으면서 가장 먼저 간 곳도 아야 소피아였다. 다시 한번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다. 그러나 2020년 다시 모스크로 돌아간 아야 소피아는 올해 초부터 이슬람교도가 아닌 관광객은 건물 뒤쪽으로 입장해 2층만 둘러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1층은 오롯이 이슬람교도만의 공간이 되었다. 2층의 공간을 찬찬히 둘러본다. 여전히 모자이크화와 사원의 공간은 아름다웠지만, 미술사를 공부한 입장에서 건축물을 자유로이 거닐며 곳곳을 살펴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과거의 이곳을 둘러본 기억 때문일까. 출구를 나오면서 피천득 수필 ‘인연’의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마지막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