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옥수수는 중국어 ‘옥촉서(玉蜀黍)’에서 유래했다. 촉나라 기장을 의미하는 촉서는 수수에 해당하는데, 중국어로는 ‘슈슈’로 발음한다. 옥촉서는 17세기 조선 문헌에 ‘옥슈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한국식 한자음(옥)과 중국식 발음(슈슈)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발음이 옥수수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달콤함의 대명사 고구마는 일본어 ‘효자마(孝子麻·일본어 발음 고코마)’에 그 이름의 유래를 두고 있다. 영조 때 통신사로 일본을 다녀온 조엄은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는다. 그는 ‘해사일기(海槎日記)’에서 대마도인들이 이 작물을 효자마로 부른다고 하면서 그 발음이 ‘고귀위마(古貴爲麻)’와 같다고 소개하였다. 그가 종자를 들여와 동래부 아전들에게 재배하도록 한 것이 고구마 전래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감자는 중국어 ‘감저(甘藷)’에서 온 말이다. 중국에서 감저는 주로 고구마를 이르는 말이다. 감자는 ‘마령서(馬鈴薯)’라고 한다. 조엄의 후임 격인 동래 부사 강필리가 1765년 저술한 ‘감저보’도 고구마 재배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도입 초기에는 감자와 고구마를 모두 이르는 명칭으로 감저가 혼용되었으나, 점차 고구마라는 명칭이 퍼지면서 감저는 감자만을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추론이다.

옥수수, 고구마, 감자는 모두 중남미 원산인 외래 작물이다. 인류의 굶주림을 해소하고 먹거리를 풍성하게 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구황식품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현대 한국인들도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외부에서 좋은 것을 받아들여 스스로에게 이롭게 활용하는 것은 진화의 기초이고 발전의 토대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누구보다 더 한국 사랑을 실천해 온 푸른 눈의 외래 한국인이 정당 혁신을 집도(執刀)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 실험이 한국 정치에 옥수수, 고구마, 감자와 같은 이로움을 가져다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