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5월 20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벌의 날’이다. UN은 전 세계 이곳저곳에서 벌이 급속하게 죽어가는 현상에 대한 경고와 함께 벌이 지구의 생물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2017년 ‘벌의 날’을 지정했다.

과거에는 식물 대부분이 벌, 나비, 새, 바람을 이용해서 자연적으로 수분되었지만, 20세기 중엽부터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경작지가 커지면서 벌통을 가지고 농가를 방문해서 작물의 수분을 매개해 주는 양봉가들이 등장했다. 양봉업자들이 밭에 벌을 풀어 놓으면 벌은 돌아다니면서 꽃의 꿀을 빨고 화분을 날라 곡식의 수분을 이룬 뒤에 다시 벌통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2006년에 갑자기 미국 곳곳에서 풀어 놓은 벌의 60% 이상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런 벌 집단 폐사를 두고 군집붕괴현상(CCD·Colony Collapse Disorder)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과학자들과 양봉가, 농부들은 CCD의 원인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고, 무려 61가지의 스트레스 요인들과 질병 유발 요인들이 지목되었다. 양봉가와 농부들은 주로 작물에 뿌린 다양한 살충제가 벌의 건강을 악화시켜서 폐사를 낳았다고 생각했지만, 살충제를 만든 회사는 이미 독성 실험 후에 시판된 제품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독성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도 실험을 통해 살충제의 영향이 거의 없다고 보고했다. 그렇지만 양봉가와 농부들은 과학자들의 실험이 넓은 지역에서 100가지가 넘는 살충제에 접촉하고 이를 몸에 묻혀서 벌통으로 돌아오는 벌의 현장 조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CCD가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알고 있었는데, 한국에서도 2021년에 꿀벌 78억 마리가, 지난해 가을에 100억 마리가, 올해 초에 140억 마리가 폐사했다. 정부와 농민들은 CCD의 원인은 물론 그 규모를 놓고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벌이 사라지면 인간이 4년 뒤에 멸종한다.” 이 섬뜩한 경고는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했다고도, ‘꿀벌의 생활’(1901)을 쓴 벨기에 작가 메테를링크(M. Maeterlinck)가 했다고도 한다. 사실은 누가 이 얘기를 처음 했는지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출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경고가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