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의 인기가 바닥인 대한민국에서 발표된 지 50년도 더 지난 노래 한 곡이 오랜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 국빈 만찬에서 부른 노래다. 만찬에서 게스트가 부르는 노래는 기껏해야 한두 소절 정도인데 윤 대통령은 무려 일곱 소절, 8분 30초가 넘는 이 긴 대곡의 후렴 부분을 빼고 거의 1절을 다 불렀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을 마친 뒤 싱어송라이터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부르고 있다./뉴시스

이 노래는 호스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한미 양국 국민에게도 작지만 신선하고 강렬한 쇼크였다. 우리에겐 ‘Vincent’라는 명곡으로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레인의 대표곡으로 (‘Vincent’ 역시 윤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알려져 있다), 1971년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그 후 50여 년 동안 가장 러닝 타임이 긴 빌보드 1위 곡의 자리를 지킨 곡이다. 이 노래는 매우 복잡한 함의를 담고 있는 문제작이면서 제목이 암시하듯이 가장 미국적인 가치에 대한 문화사적 통찰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 오래 전을/나는 지금도 기억해요/그 음악이 얼마나 날 미소 짓게 했는지를요/그리고 그때 난 내가 노래할 기회만 생긴다면/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알았죠...(A long, long time ago/I can still remember/How that music used to make me smile/And I knew if I had my chance/That I could make those people dance...).”

하지만 이 노래는 ‘가장 좋았던 (미국의) 시절’에 대한 추억이면서 동시에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음악이 죽은 날(The day the music died)’에 대한 지성적인 만가(挽歌)다. 그날은 바로 1959년 미국의 청년 문화를 이끈 로커 버디 홀리와 리치 발렌스가 탄 비행기가 추락해 사망한 날이다.

1942년생인 조 바이든은 그때 학생회장 선거에 나갔던 열일곱 고등학생이었고 그의 젊은 시절을 관통하는 이 노래는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 바이든과 함께 가장 좋아한 노래였다. ‘자유(freedom)’라는 단어를 46회나 언급한 43분간의 미 의회 연설만큼 임팩트 있는 1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