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니 봄이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에 물이 오르고, 죽은 듯 메말랐던 가지에서 꽃봉오리가 솟는다. 늙고 메마른 사람의 몸에도 봄이 오듯 언젠가 다시 젊음이 차오르면 좋겠지만 자연의 섭리가 그렇지 않다. 16세기 독일 지역 최고의 화가였던 큰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the Elder·1472~1553)에게 노화란 더더욱 되돌리고 싶은 인생의 큰 비극이었을 것이다. 그가 ‘아담과 이브’ ‘파리스의 심판’ ‘비너스와 큐피드’ 등 미녀가 주인공인 회화로 특히 이름을 날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운 피부와 탐스러운 머리카락, 탄력 있는 몸매를 뽐내던 여인일지라도 세월이 흐르면 예외 없이 늙어 시들어 버리는 것을 그는 늘 가까이서 지켜봤을 것이다.

큰 루카스 크라나흐, 젊음의 샘, 1546년, 목판에 유채, 122.5×186.5㎝, 베를린 국립 미술관 소장.

‘젊음의 샘’은 영원한 젊음을 소망하는 이들의 천국이다. 화면 왼쪽에는 거동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노파들이 들것에 실리거나 마차를 타거나 남의 등에 업혀서라도 큰 분수대로 향한다. 옷을 벗고 계단을 내려가 물에 몸을 담근 채 오른쪽으로 나아가면 어느새 노파들은 젊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한다. 알몸인 채 물에서 나와 텐트에서 고운 옷으로 단장을 하고 나면 꽃과 수풀이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이다. 그러고 보니 화면 왼쪽, 노인들의 풍경에는 바위산뿐이다. 크라나흐는 배경에서부터 노년과 청년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지 강조했다.

젊어진 여인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며 풍성한 음식과 함께 연회를 즐긴다. 누구 하나 즐기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을 보면 되찾은 젊음을 한시라도 더 누리고 싶은 모양이다. 현실에서야 봄이 온들, ‘젊음의 샘’이 없으니 갑자기 젊어질 수는 없겠지만, 그럭저럭 잘 먹고 잘 놀면 그게 바로 청춘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