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개봉한 ‘해어화(解語花)’는 마지막 기생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기생을 욕망의 화신으로 그리면서 애초에 기대했던 예인(藝人)으로서의 기생 면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영화에서 음악을 만나는 일은 즐거웠다. 영화의 주제가 격인 ‘사랑 거즛말이’는 김상용(1561~1637)의 시조를 정가 앙상블인 ‘소울지기’가 2014년에 발표한 곡이다. 이것을 영화에서 한효주(소율 역)가 정가의 맛을 잘 살려 불렀다.

영화에 나오는 노래 중 ‘봄 아가씨’(남풍월 작사, 문호월 작곡)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봄의 생동감을 화사하게 표현한 노래다. 원래 이 노래는 이난영이 1935년에 발표한 음반에 ‘목포의 눈물’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목포의 눈물’이 큰 인기를 얻어서인지 ‘봄 아가씨’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영화에 등장해 반가움을 더했다.

1961년 이난영이 이 노래를 다시 녹음할 때는 유광주가 개사한 노랫말로 불렀다. 김시스터즈가 1970년에 발매한 음반 ‘어머니를 추모한 김시스터즈 가요집’에도 유광주가 개사한 ‘봄 아가씨’가 수록되어 있다. 현재 가수들은 원곡과 개사곡의 노랫말을 뒤죽박죽으로 섞어 정체불명의 ‘봄 아가씨’를 부르기도 한다. 심지어 유광주가 개사한 노랫말조차도 ‘싱둥생둥싱둥’이 ‘심금심금심금’으로 바뀐 채 영화 ‘해어화’에 등장하여 원곡의 생기 넘치는 느낌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원곡과 달리 유광주 개사곡은 2절과 3절의 순서가 바뀌어 있고 그 내용도 조금 달라져 있다. 원곡의 음반 가사지에는 2절이 “왜 왔느냐 이 봄아 원수의 봄/피지 마라 저 꽃아 밉상의 꽃/시냇물 소리만 졸졸졸졸졸졸/봄 아가씨 가슴은 갈팡질팡갈팡”이라 적혀 있다. 그런데 유광주 개사곡에는 “왜 왔느냐 이 봄아 원수의 봄/피지 마라 저 꽃아 진달래꽃/참새들 소리만 삐리리 삐리 삐삘리 삘리리/봄 아가씨 가슴은 띵동땡동땡동”이라고 되어 있어 어감과 분위기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봄의 생기를 표현할 수 있다면야 어떻게 부르든 상관없겠으나 원곡에서 ‘원수의 봄’이라 하고 ‘밉상의 꽃’이라 한 이유가 궁금하기도 하다. 하긴 봄이 그렇다. 마음이 싱숭생숭 들떠 때로 갈팡질팡한다. 그렇더라도 이 봄,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고 한 박목월 시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에 나오는 구절처럼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