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일과 생각하는 버릇. 이 둘을 일찍이 보완 관계로 설정한 말이 있다. 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 나오는 “배우되 생각지 않으면 엉클어지고,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구절이다.

그저 따라 배우는 일과 이리저리 따지거나 헤아리는 작업의 병렬이다. 그래야 올바르게 학문을 이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다. 그러나 중국의 학문 전통은 이 같은 조화·균형의 흐름과는 사실 거리가 멀다.

공자의 ‘논어’ 첫 구절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다. 유교의 으뜸 경전 첫머리를 장식했으니 매우 유명하다. 구절 풀이는 다소 엇갈릴 수 있지만 ‘배우고 익히다’라는 학습(學習)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뚜렷하다.

그 후 중국은 이 ‘학습’의 전통에 줄곧 골몰한 듯하다. 그러나 자유롭게 사색하며 분방하게 생각하는 전통은 키우지 못했다. 공자 스스로 ‘논어’에서 “종일 먹지 않고 뜬눈으로 생각했지만 결국 배움이 최고더라”라고 실토한 점도 그렇다.

중국 전통 학문은 따라서 내내 한쪽으로 기울었다. 자유로운 생각보다는 옛 성현의 말을 배워 익히거나, 그 자구(字句)를 풀어가는 주석(註釋)과 주해(註解)의 영역에 묶였다. 옛것의 고증에 매달리는 훈고(訓詁), 그를 본받는 의고(擬古)의 전통도 그렇다.

요즘 공산당은 그 전통을 더 강화하고 있다. ‘학습강국(學習强國)’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공산당의 이론이나 사상을 일방적으로 배우고 익히게끔 하는 방식이다. 공산당 이념이 유교의 가치를 대체했을 뿐 나머지는 ‘학습’의 전통 그대로다.

공산당의 통치 기반은 이로써 견고해지겠다. 그러나 배우고 익히는 데만 매달려 자유롭고 분방하게 생각을 펼치지 못하는 국민들의 수준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통제만을 더 강화하는 공산당의 집요함이 참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