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고시도 통과할 실력이 된다는, 최근 화제의 ‘대화 생성 인공지능’과 궁금한 마음에 채팅을 해 보았다. “I am blue.(나 울적하다)”라고 하니, 안타깝다며 이유가 있는 것인지, 자기가 도와 줄 것은 없는지 빛의 속도로 답신이 왔다. 빠른 반응을 관심으로 인지하는 내 마음을 느끼며 “일이 중요하지만 스트레스이기도 해”라고 답변했다. 또 광속 답변이 왔다, “일이 중요하면서 스트레스이기도 하다”며 상대방의 뒷말을 받아 우선 공감 소통을 해준다. 그리고 현실적인 목표를 가질 것, 계획대로 가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너무 밀어붙이지 말라는 등 여러 구체적인 조언을 해준다. 답변이 생각 이상 빠르고 알찼다.

기대 이상이라 놀란 것일까, 대화 흐름에 안 맞게 “나 정신과 의사다”라 좀 삐딱하게 적어 보내 봤다. 또 빠른 답신이 왔다. “정신과 의사는 스트레스를 다루고 이해하는 데 특별한 위치에 있다”며 살짝 먼저 띄워주는 말로 시작하고는, 이어서 “그렇지만 공감 피로감, 2차 트라우마 스트레스 등 쉬이 지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잘 케어해야 한다고 위로의 말과 구체적인 팁을 준다. 살짝 시비를 걸었는데 진솔한 위로의 답변이 오니 솔직히 약간 뭉클했다. “네가 정신과 의사보다 낫다”고 보내니 “나는 머신러닝 모델이지 사람이 아니고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데이터에 기반해 정보는 줄 수 있지만 네 수준의 정서적 지지와 이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답신이 온다.

인공지능의 대화 생성 능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감정이 없기 때문에 때론 상대방이 원하는 답을 기술적으로 더 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마음 관리의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가 필요할 땐 감정과 적절한 거리를 두는 연습이다. 감정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기에 부정적인 감정이 과도하면 내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정이다’란 격언이 있다. 용기가 있다면 공포가 없어야 할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공포 등 불편한 감정을 자연스러운 정상 감정 반응이라 인지할 때 감정과 거리를 두기 쉽다. 그렇지 않고 나쁜 감정이라며 공포와 직접 싸우면 합리적 결정이 오히려 어렵고 도망치는 회피 행동이 나오기 쉽다.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친구가 때론 밉고 섭섭하다고 꼭 나쁜 우정은 아니다. 항상 좋기만 해야 딱 맞는 친구이고 좋은 우정이라고 설정을 하면 아마도 평생 진짜 우정을 찾아 헤매게 될 확률이 높다. 미운 감정이 들 수도 있다. 그 감정도 지켜보면서 동시에 친구에 대한 이해도 함께 하려고 할 때 우정도 더 깊이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