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손은 얼마든지 녹일 수 있다

따뜻한 커피가 들어 있는

주전자만 있어도

하지만 세상은

이미 꽁꽁 얼어붙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더할 나위 없이 싸늘하다

갓 태어난 아기들을 바라볼 때조차도

잠에서 깨나는 순간

그들은 녹슨 쇳소리로

덜그럭대면서, 비아냥거린다.

-루제비치(Tadeusz Rὀzewicz·1921~2014)

(최성은 옮김)

설 연휴가 끝나고 북극 한파가 몰려와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때, 썰렁한 시를 읽었다. 세상은 따뜻하고 살 만하다는 말도 좋지만, 루제비치의 시처럼 싸늘한 사람들의 시선을 꼬집는 시도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지 않나.

명절 연휴가 모두에게 즐거운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싸우는 가족도 적지 않았으리. 일산의 아파트에 살 때였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옆집에서 치고받는 남녀의 싸움 소리가 너무 요란해 무슨 일이 날까봐 무서워 마음 졸이며 잠을 못 이룬 날이 있었다.

폴란드 시인 루제비치의 시가 살갑게 다가오는 건 우리가 공유하는 슬픈 역사 때문이리라. 독일 등 강대국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간직한 국민,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의 피란민을 따뜻하게 맞아주며 세상은 꽁꽁 얼어붙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 그네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이웃과 따뜻한 인사말을 나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