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상군(孟嘗君)은 고대 중국 제(齊)나라 사람으로 흔히 조나라 평원군, 위나라 신릉군, 초나라 춘신군과 더불어 전국 시대 사공자(四公子)로 불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들은 모두 권력과 금력을 바탕으로 다투어 빈객들을 거느렸는데 맹상군에게는 풍훤(馮諼)이라는 식객이 있었다. 사마천 ‘사기’ 맹상군열전에는 풍환(馮驩)으로 나온다.

유향(劉向)이 지은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이야기다. 맹상군이 제나라 임금과 틈이 생겨 힘이 떨어지자 한때 3000명에 이르렀던 식객들이 모두 떠나다시피 했고 가장 낮은 등급인 하객(下客)에 속했던 풍훤만이 곁에 남았다. 신세를 한탄하며 지내던 맹산군에게 풍훤이 찾아가 말했다.

“교활한 토끼는 굴이 세 개가 있어야 비로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입니다[狡免三窟].”

풍훤의 계책을 통해 맹상군은 다시 임금의 총애를 회복하고 제나라 재상에까지 오른다. 토끼는 세 개의 굴을 만든다고 해서 토영삼굴(兎營三窟)이라고도 한다. 원래는 이처럼 어떤 일을 잘 도모한다는 뜻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뜻이 바뀌어 죄지은 자가 숨어드는 토굴이라는 뜻으로 바뀌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주로 상대방의 간사함을 공격할 때 “삼굴을 파고 숨어들었다”거나 “외척과 결탁해 삼굴로 삼았다”는 식으로 사용됐다. 요즘식으로 하자면 방어막 만들기다.

지금 우리는 거대 야당 대표가 계속 토끼굴을 만들며 이리저리 몸을 숨기는 비정상적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저지른 일을 숨기기 위해 경기도지사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가 다시 방탄을 위한 국회의원이 되고 또 야당 대표가 되어 공당을 토끼굴로 삼고 있다. 검찰 소환일에는 호남으로 달려가 토끼굴로 삼더니 그것도 모자라는지 전직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토끼굴로 삼으려는 모양이다.

지난 대선에서 그가 당선되었더라면 나라 전체가 토끼굴이 되었을 것 아닌가에 생각이 미치는 순간 섬뜩하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