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조엘의 ‘Big Shot’, 스틱스의 ‘Blue Collar Man’,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to run’. 데이비드 보위의 ‘Dancing in the Streets’, 비틀스의 ‘Helter Skelter’, 밴 헤일런의 ‘Hang’em High’…. - 수퍼 스타들의 노래들로 그득한 이 기나긴 목록은 도대체 무슨 리스트일까?

때는 1989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 부시 미국 정부는 중미의 소국 파나마를 침공하기 위해 2만4000명의 병력을 투입한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하수인이었으나 권력을 잡은 뒤 마약 밀매를 일삼는 등 미국의 중미 전략에 걸림돌이 되어버린 독재자 마누엘 노리에가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1만 명이 조금 넘는 파나마 군대가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스텔스 전투기를 앞세운 막강한 미군에 대항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역부족. 노리에가는 파나마 시티의 교황 대사관으로 들어가 농성을 벌인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바티칸의 대사관을 침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사관을 겹겹이 포위한 미군은 엄청난 출력의 음향 장치들을 설치하여 밤낮없이 로큰롤 음악들을 틀어대기 시작했다. 이른바 로큰롤의 대공습이다. 이 굉음에 견디다 못한 바티칸 대사관 측은 노리에가에게 항복을 권유하고 노리에가는 스스로 걸어나와 미군에 체포되어 미국으로 이송되어 14년형을 선고받는다. 노리에가가 문제 많은 인물임은 의심의 의지가 없지만 미국의 소국 침공은 국제법상 명확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무력 행사였고 유엔 또한 이 미국의 개입을 ‘군사적 침공’으로 규정하고 미국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300명이 넘는 파나마인들이 희생된 이 침공 작전에서 로큰롤이 전술적 도구로 쓰였다는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미군이 심리전의 일환으로 틀어댄 이 리스트 중에는 펑키한 사운드로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전반을 수놓은 KC and the Sunshine Band의 히트곡도 있었다. “자기야, 포기해!(Baby give it up)”라는 후렴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이 노래의 가사는 희화적으로 들린다. “모두가 당신을 원해/밤새도록 널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everbody wants you/I’d just like to make you mine all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