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의 한 장면.

미국에서 남편과 빨래방을 운영하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은 일상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빨래방은 망해 가고, 남편은 한심해 보이기만 하고, 딸은 언젠가부터 말을 듣지 않고, 국세청에선 알아듣지도 못할 어려운 말로 세무 조사를 받으라고 한다. 시쳇말로 에블린의 이번 생은 망했다. 이 세상에서의 인생이 망했다면 다른 세상의 인생은 없을까? 영화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사진)’는 다중우주의 가능성을 테마로 하는 작품이다.

에블린(양자경 분)은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 분)와 세무 조사를 위해 국세청으로 향한다. 그런데 사무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웨이먼드가 갑자기 CCTV를 가리며 낯선 어투로 이상한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자신은 ‘알파버스’라는 다중우주에서 왔으며 모든 다중우주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 사건을 막기 위해 에블린을 찾아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세금 문제로 복잡해하는 에블린에게 웨이먼드가 말한다. “난 당신을 알아. 당신은 매 순간 뭔가 이룰 기회를 놓쳤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지.(I know you. With every passing moment, you fear you might have missed your chance to make something of your life.)” 이 순간이 왜 다중우주의 운명과 직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에블린은 그의 말에 묘한 위안을 느낀다.

최악의 선택만을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던 에블린은 웨이먼드의 말에 조금씩 생각을 바꾸기 시작한다.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Every rejection every disappointment has led you here.)” 이제 에블린은 다중우주에나 있을 법한 자신의 가능성을 하나둘 깨닫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