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서 일을 하다 먹는 밥을 ‘들밥’이라고 한다. 그럼 갯벌에서 일을 하다 먹는 밥은 무슨 밥이라 해야 할까. ‘뻘밥’이다. 전라도에서는 갯벌을 ‘뻘’이라 한다. 들밥과 마찬가지로 뻘밥도 꿀맛이다. 이번에 맛본 뻘밥은 그냥 새참이 아니다.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이 포자 붙이기 시설을 다 마친 후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았다.

일을 마치고 ‘뻘밥’을 함께 나누는 주민들 /김준 제공

김 종자에 해당하는 포자를 김발에 붙이는 일은 양식의 성패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지금처럼 인공 포자가 개발되어 육상에서 김발에 포자를 붙이기 전에는 오로지 바다에서 자연 포자에 의지했다. 이 과정에서 어민들은 설치한 김발에 포자가 잘 붙기를 기원하는 ‘김발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만돌마을은 매년 10월 첫 조금에 김발 포자 붙이기를 한다. 이때 40여 어가가 참여해 고창수협에서 준비한 김 양식 풍년 기원제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경운기와 트랙터에 준비한 김발을 실고 양식장으로 출발한다. 포자를 붙이는 일은 빠진 바닷물이 들기 전에 해야 하기에 손이 많이 필요하다. 주민들은 서로 돕고, 도시로 간 가족들도 참여해 일을 한다.

김발 포자붙이기를 하는 모습 /김준 제공

일을 마치면 준비한 음식을 차려놓고 개인 고사를 지낸 후 음식을 나눈다. 이날 만돌에 사는 김성배·고란매 부부가 준비한 음식은 국과 밥, 돼지머리, 나물, 과일, 생선, 술, 음료였다. 갯벌 위에서 지내는 고사라 간단하게 김 양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비손과 고수레로 대신했지만 정성만은 가득했다.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망둑어 전이었다. 전날 건간망으로 잡은 망둑어를 준비했다.

갯벌 위의 경운기에 차려진 김발고사 상차림 /김준 제공

주민들이 즐겨 먹었지만 요즘은 잡는 사람이 적고 번거롭기에 밥상에서 맛보기 힘들었다. 포자가 김발에 잘 붙으면 겹겹이 묶인 김발을 나누어서 각각 양식장에 김발을 맨다. 그리고 이후 50여 일이 지난 11월 말쯤이면 첫 김을 맛볼 수 있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갯벌에서 생산되는 ‘지주식 김’이다.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 생산량은 적지만 풍미가 좋은 무산 김이 생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