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과의 사별은 정신적 통증을 수반한다. 특히 갑작스러운 자녀와의 사별만큼 큰 고통이 존재할까 싶다. 자녀를 갑작스럽게 떠나 보내고 한 달 동안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는 유가족의 호소를 접한 적이 있다. 몸도 상하게 된다.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떠난 가족도 네가 이렇게 밥도 안 먹고 힘들어하는 것을 원치 않을 거야. 어서 잊고 산 사람이라도 힘내서 살아야지’란 내용의 위로는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별의 고통을 겪는 초기에는 하지 않을 것을 권한다. 우선 충분히 유가족의 슬픔을 공감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타인의 큰 슬픔을 공감한다는 것은 자신도 이차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차 트라우마는 연민 피로(compassion fatigue)로 이어지고 피로로 나도 모르게 얼굴과 표현에 짜증이 묻어날 수 있다. 고통받는 가족의 마음 하나 제대로 공감 못 하는 자신이 한심하다는 고민을 듣는데 그렇지 않다. 상대방의 통증을 경험하는 것은 내 통증 중추에도 실제로 고통을 유발한다. 유가족의 슬픔에 비할 수 없지만 지금은 국민 상당수가 이차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함께 힐링 여행을 가는 것은 어떨까요’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마음은 훌륭하나 너무 빠르게 위로의 속도를 내지 말고 충분히 애도 기간 이후에 삶에 대한 에너지가 회복된 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타인을 위로하는 것은 훌륭한 일이나 나도 이차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것이다. 가족들과 지인이 요일이나 시간을 정해 돌아가면서 위로하는 것이 질적으로 더 좋은 공감과 위안을 줄 수 있다.

중요한 결정은 애도 기간에는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믿을 수 있는 지인의 도움을 꼭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념일이나 1년 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보낸 날에는 슬픈 기억이 크게 회상될 수 있다. 가족과 지인이 특별히 그 시기에 함께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적인 상담이나 약물 치료가 가능한 것도 전문가를 활용하는 이유지만 더 나아가 가족 모두가 트라우마 상황에서는 서로가 위로해주는 것이 실제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전문가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정부 차원의 지원 시스템의 활용을 권유드린다.

모두가 마음 아픈 상황이다. 사고 원인 규명과 예방 대책이 정확히 나오는 것이 미래 사고 방지에도 중요하고 동시에 심리적 트라우마 해결에도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왜 그곳을 갔느냐’ 식의 네거티브 프레임은 이차 트라우마를 강화할 뿐이다. 유가족은 물론 서로의 마음을 안아주는 애도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