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개막하는 카타르 월드컵은 노동자 인권에 관한 한 최악의 월드컵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거 같다. 5000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이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유럽 언론들은 ‘피로 얼룩진 월드컵’이라고 일제히 비판에 나섰고, 본선에 진출한 덴마크 대표팀은 경기 때 사용할 제3의 유니폼을 희생한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검은 색 상하의로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월드컵 때문에 인권이 집단적으로 유린당하고 있는데도 정작 주관 단체인 FIFA는 꿀 먹은 벙어리라는 것이다.

토마스 키스트너가 쓴 ‘피파 마피아’에서 조목조목 밝히고 있듯이 ‘지구촌의 유일 종교’가 된 축구와 그것을 대표하는 축제인 월드컵을 둘러싼 비리는 이미 마피아 수준을 넘어섰다. 선수로, 감독으로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한 역사상 3명 중 한 사람인 독일 축구계의 영웅 프란츠 베켄바워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126억 상당의 로비 자금을 뿌린 부패 혐의로 기소되어 15년 재판 끝에 공소시효 만료로 흐지부지 끝나버렸지만 평생 ‘카이저(황제)’라고 불린 그의 명예는 완전 박살 났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공식 응원가가 발표되고 1998년 월드컵 때 리키 마틴의 ‘A Cup of Life’ 같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노래들은 전부 밝고 건전하며 흥겹다. 하지만 2006년 한 표 차이로 독일에 개최권을 빼앗겼다가 2010년에야 아프리카 대륙에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경기를 가져온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빛낸 이 노래는 다르다. 소말리-캐나디안 힙합 아티스트인 케이난의 이 곡은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졌지만 가장 진지한 월드컵 주제가가 되었다.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어, ‘사랑이 길이다’라고/하지만 그들이 우릴 어떻게 대하는지 보라고/우리를 믿게 만들고 통제하려 하지/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투쟁해/언제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I heard them say, ’Love is the way’/But look how they treat us, make us believers/then they deceive us, try to control us/But we struggling, fighting to eat/And we wondering, when we’ll be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