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이라는 이름은 많이 아쉽다. 식당의 이름이 ‘식당’인 것처럼 무미건조하고 허무하다. 기대를 걸었던 국민 공모가 중구난방으로 흘러서 좋은 이름을 얻지 못한 결과다.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 있었다. 1930년 플루토가 발견된 직후였다.

태양계 일곱 번째 행성 천왕성은 한동안 혜성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공전궤도가 불안정하다. 나중에 발견된 해왕성은, 그 궤도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덩치가 작다. 미지의 행성 ‘X’가 또 있으리라는 추측이 나왔다. 20세기 들어 마침내 그 ‘X’가 발견되었다. 23세의 미국 아마추어 천문학도가, 손수 만든 망원경으로, 육안으로, 그 멀리 있는, 달보다도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에 미국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이름 공모가 시작되고, 거창한 이름을 담은 수천통의 편지가 쏟아졌다. 하지만 중구난방이라 쓸 만한 것이 없었다.

공모가 실패하여 난감할 때 멀리 영국에서 초등학교 소녀가 제안했다. ‘X’ 뒤로는 어둠과 침묵밖에 없으므로 로마신화의 저승사자 플루토(Pluto)가 어떠냐는 것이었다. 그 기발한 마지막 아이디어가 채택되었다. 플루토는 명왕성 또는 염왕성(염라대왕별)이라고 번역한다. 그것은 너무 작고 멀어서 천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행성이라기보다는 돌덩어리에 가깝고, 그나마 한 개도 아니다. 부스러기 돌들이 모여 있을 뿐이다. 천문학자들은 결국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죄수번호에 가까운 ‘134340′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2006년 오늘 명왕성의 행성 자격이 박탈되었다. 이후 이름도 없이 사라질 때 ‘명왕스럽다(Plutoed)’라고 말한다. 돌아보면, 명왕성은 처음부터 우울한 이름이었다. 그 우울한 이름을 제안한 소녀 베네시아 버니는 훗날 ‘우울한 과학(dismal science)’이라는 별명을 가진 경제학을 공부하여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2009년 명왕스럽게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