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은 깊고 낮은 목소리와 서정적이면서 지적인 가사와 멜로디 라인으로 1960년대 말부터 근 50년이 넘도록 한국의 팝 팬들에게 사랑받은 흔치 않은 뮤지션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의 노래는 잘 숙성된 와인처럼 더욱 짙고 원숙해졌다. 80대에 들어선 그가 죽기 2년 전 발표한 앨범 ‘Popular Problem’의 수록곡 ‘Nervermind’는 8월 22일의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 무덤덤한 톤 속에 숨은 메시지를 곱씹어 봐야 할 노래다.

이 노래는 전쟁에 져서 말살당한 나라의 어떤 인물이 자신을 적에게 넘기려는 배신자가 된 옛 동료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전쟁은 끝났고/ 조약 문서에 서명도 마쳤지(The war was lost/ The treaty signed).” 그리고 주인공인 나는 간신히 체포를 피했지만 아내와 자식을 잃은 채 위장 신분으로 숨어 살아가고 있다. 너희들의 승리는 완벽했다. 너는 이제는 그들과 한통속이 되어 새로운 주인을 잘 모시고 있고, 그것은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화자는 담담하게 이제는 매국노가 된 옛 동료에게 시니컬하게 말한다. “이야기는 알려져 있지/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서/ 이제 세상은 너희들 것/ 그러니 이제 신경 쓰지 마(The story’s told/ With facts and lies/ You own the world/ So never mind).”

8월 22일은 우리 근대사에서 치욕의 날이다. 굳이 이름 붙이자면 매국노의 날이다. 1904년 이날 제1차 한일 협약이 체결되어 이른바 고문정치가 시작되었고, 1910년 이날 한일병합조약이 조인되고 일주일 뒤에 발효되어 한반도는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다. 1904년 러일전쟁 종식 직후 체결된 제1차 한일 협약으로 재정, 외교 부문이 일본 제국주의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고 이듬해 을사늑약으로 통감부가 설치되는 기반을 닦는다. 이 내정 개입을 공식화하게 되는 주역은 당시 외무대신 서리였던 윤치호였고, 한일병합조약 조인을 주도한 이는 이완용과 송병준이다. 이완용과 송병준은 강제 병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일제에 충성 경쟁까지 벌였다. 조약에 참여한 친일파 대신 8명은 병탄 조약 체결 이후 귀족 작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