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 라벨의 피클 그림을 줄기에 매달린 토마토로 바꾸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1876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고, 지금도 미국 수퍼마켓의 통로 하나를 가득 메우며 진열되는 병.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인즈(Heinz) 케첩 얘기다. 웬만한 가정집 부엌에 다 있고, 1년에 6억5000만병이 팔린다는 초유의 베스트셀러다. 미국 영화에서 대중식당 테이블 위에 소금, 후추, 겨자와 함께 놓여있는 풍경도 우리에게 꽤 친숙하다. 일반인들이 케첩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건 하인즈 브랜드의 특이한 팔각형 병이다. 내용물을 쉽게 쏟기 위해서 라벨을 거꾸로 붙여 세워놓거나, 최적의 각도를 제안하면서 사선으로 붙인 라벨 등 그 패키지 디자인은 조금씩 변화해왔다. 몇 해 전에는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100년 이상 사용하던 라벨의 피클 그림을 줄기에 매달린 토마토로 대체했다.

포드사의 후원으로 하인즈가 150년 전 직접 야채를 기르며 레시피를 연구하던 주택과 정원을 옮겨서 보존하고 있다./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Dearborn) 근처에 ‘그린필드 빌리지(Greenfield Village)’가 있다. 포드(Ford)의 후원으로 미국 역사에서 발명과 벤처를 선도한 사람들의 집들을 옮겨와 꾸민 마을이다. 여기에 하인즈 창업자 헨리(Henry J. Heinz)가 150년 전 직접 야채를 기르며 레시피를 연구하던 주택과 정원도 보존되어 있다.

시인 딜란 토마스(Dylan Thomas)의 단골 음식점이었던 뉴욕의 ‘화이트호스 태번(White Horse Tavern)’ 테이블 위에 하인즈 케첩. 팔각형 모양의 병에 담겨 있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히트상품이 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롭다. 빵 사이에 햄과 같은 간단한 가공육을 끼워 먹던 미국 노동자들에게 케첩은 고기 냄새를 줄이고 풍미를 돋우는 꼭 필요한 양념이었다. 거기에다 19세기 말 탄생한 햄버거는 케첩 판매를 증폭시켰다. 여름은 토마토가 무럭무럭 자라는 계절이다. 미국의 많은 마을에서 야외 페스티벌도 열린다. 행사 음식으로 제일 보편적인 햄버거와 핫도그, 감자튀김의 영원한 단짝인 케첩도 그 수요가 급등한다. 프랑스인들은 자주 미국의 음식 문화를 비평한다. “종교가 수십개, 비영리단체는 수천개나 되면서 소스는 케첩 하나밖에 없다”고.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응답한다. “감자튀김에 하인즈 케첩을 칠 때면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