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주역을 풀이하는 글 ‘계사전(繫辭傳)’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미나 조짐을 안다[知幾]는 것은 아마도 신묘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군자는 위와 사귐에 있어 아첨하지 않고[不諂] 아래와 사귐에 있어 함부로 하지 않으니[不瀆] 아마도 (이렇게 처신하기 때문에) 기미나 조짐을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미나 조짐[幾=幾微=兆朕]이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임에 있어서의 은미함[微=隱微]이자 길함(이나 흉함)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군자는 기미를 보고서 일어나지 하루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줄여서 말하면 겸손한 마음으로 일의 진행 상황을 깊이 살펴보면 그 일의 성패를 어느 정도 미리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공자가 말한 정명(正名)은 그런 점에서 기미나 조짐을 보다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지침이 된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에 바른 논리가 서지 않고 말에 바른 논리가 서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당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 과제를 떠맡은 이가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성공적 재건을 하려 한다면 그 길은 이미 당명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진정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할 수 있고 말과 행동이 ‘민주적’이면 그 당을 외면했던 국민들 생각도 자연스레 바뀔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은 최강욱 의원에 대해 “월드컵 앞두고 손흥민 집에 보낸 꼴”이라며 최 의원을 손흥민에 빗대었다. 부정명(不正名)이다. 그러니 설득력 있는 논리가 나오지 않고 망언을 일삼게 된다. 그나마 박지현 전 공동비대위원장이 나서 최 의원의 재심 청구를 비판하며 “최강욱·처럼회·좌표 부대 다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명(正名)이다. 정명이 이길지 부정명이 이길지를 보면 민주당이 가게 될 길의 조짐이나 기미를 읽어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우 위원장 어깨가 무겁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