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8발 무더기 발사는 초유의 일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던 코로나 사태 발생을 선언한 지 3주 만이다. 한미가 4년 7개월 만에 핵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연합훈련을 마친 지 하루 만이고, 한·미·일 북핵 대표가 서울에서 협의를 마친 직후다. 실제 미사일의 방향이 동해가 아닌 남쪽이라면 과연 방어가 가능할까? 400만명의 누적 발열자를 보유한 북한의 코로나 확산은 미사일 발사와 어떤 관계가 있고, 차기 도발은 무엇일지 다양한 쟁점 분석이 필요한 복잡 미묘한 시점이다.

북한 도발의 초점은 일차적으로 군사력 과시다. 과거 도발에서 1회 최대 미사일 발사는 4발이었다. 북한은 무더기 발사를 통해 목표물 동시 타격 능력을 과시해 긴장을 최고조로 높이고 있다. 한미 양국이 2017년 이후 중단한 한미 연합 실전 훈련의 재개는 물론, 핵추진 항모를 동원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남북 관계가 지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르다는 메시지다. 반면 북한은 8발 무더기 발사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국 전략자산까지도 공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에이테킴스 및 초대형 방사포 등을 실제로 남측으로 쏠 경우 한미 양국의 요격 능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가상현실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여러 곳에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면 원점 타격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무더기 발사를 해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채택되지 않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북한이 악용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양국 순방 직후인 지난달 25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응징하는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형성된 미국과 중·러의 대립 구도는 유엔 안보리를 무력화시켰다. 더 이상 평양이 유엔을 의식해 도발을 자제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미·북 간에 고착된 무반응 구도를 타파하기 위한 고난도 도발은 필수적이다. 김정은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자신에게 “안녕! 이상입니다(Hello! period)”라며 할 말이 없는 바이든 대통령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과거와 다른 색다른 도발 카드를 고르기 시작했다.

또한 이번의 전례 없는 무더기 미사일 발사는 코로나로 흉흉한 민심 관리 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평양은 코로나 위기 국면 속에서 사회주의 정치 방역의 승리를 선언하며, 전지전능한 지도자의 탁월한 능력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전한다. 평양은 초유의 미사일 발사로 방역 실패의 위기를 묘하게 넘기고 있다. 코로나 방역에 따른 경제난으로 인민들의 불만이 최고 지도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대립 구도가 나쁘지 않다. 특히 핵 항모가 동원된 한미 연합훈련은 반미 선전 선동에 호재다.

북한은 평양의 코로나 비상 방역을 공표한 지 2주도 안 되어 코로나의 거센 불길을 잡았다고 말하고 있다. 400만명 이상의 유열자가 발생했지만 사회주의 방역의 효율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평양은 큰 불길을 잡았지만 농촌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농민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모내기 전투에 매진하고 있다. 하위 30%의 대략 700만명의 인민들은 발열에도 불구하고 장사에 나섰고, 결핵 유병 인구는 13만여 명이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40만여 명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코로나의 동향을 주시해야 하지만,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코로나보다는 도발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여준다. 위기를 도발로 넘어가는 평양식 상황 반전 드라마의 끝은 7차 핵실험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김정은에게 윤석열 정부와 거친 샅바 싸움을 마다할 이유가 사라졌다. 김정은은 5년간 문재인 정부와의 달콤한 동거가 사라진 것에 대한 허망함을 미사일로 상쇄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 표현대로 금년 들어 9일에 한 번꼴이자 윤 정부 출범 이후 3번째 도발이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 안보 태세에 대한 시험이자 도전으로 규정하고, 한미 확장 억제력과 연합 방위 태세의 지속적인 강화를 지시했다. 새 정부의 강대강 정책은 불가피하다. 다양한 요격 능력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다만 남북 당국 간 직접 소통은 물론 중·러를 통한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우리의 경제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로나 백신 대북 지원 방침’을 밝혔다. 미국도 인도적 지원 방침을 선언했다. 하지만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 의학과 남북한 민족 공조는 양립이 쉽지는 않다. 비록 버드나무 잎을 우려먹고 버티지만, 남한 지원은 미사일과 핵실험 임박 상태에서 불가하다. 중국은 수망상조(守望相助·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를 강조하며 즉각 지원에 나섰다. 김정은은 중국식 방역의 장점을 거론하며 심양에 고려항공 비행기 3대를 보내 물자를 실어왔다. 붉은 깃발을 단 고려항공 비행기가 김포공항에 들러 화물을 수송해 가는 장면은 공격용 핵 사용을 선언한 김정은의 위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북한은 군이 보유한 약제와 중국에서 들여온 약품을 ‘사랑의 불사약’이라며 인민들에게 배포했다. 그럼에도 약제가 턱없이 부족해 인민들은 동의보감 처방의 민간요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도착 직전에 북한이 발사한 ICBM 등 3개 미사일의 가격은 2000만달러, 역대 하루 최다인 8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가격은 1000만달러에 육박한다. 평양이 군사비를 보건의료에 투자한다면 서울도 상응하는 지원을 할 수 있다. 북한이 도발을 자제하고 코로나 치료제 지원 등의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는 물밑 남북대화를 재개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더기 미사일 발사 속에서도 서울과 평양의 창의적이고 스마트한 지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 대동란이 북한에는 치명적이지만 남북한이 접점을 찾고 긴장을 완화하는 계기가 된다면 진정한 민족 공조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평양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