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걱정’을 자주 접한다. 상담⋅약물 등 걱정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해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걱정을 일부러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걱정에 중독된 분들이 있다. 걱정이 직업처럼 삶의 중요한 활동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걱정이란 증상으로 병원까지 찾아오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걱정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왜 걱정처럼 괴로운 것에 중독이 될까. 심리적 유익이 없다면 중독도 없다. 예를 들어, 술을 생각해보자. 과음은 몸에 해로운 것을 다 알기에 절주나 금주는 새해 계획의 톱 리스트에 올라간다. 근데 왜 또 먹을까. 술이 주는 심리적 유익이 있기 때문이다. ‘적시자’라 건배하며 잔이 부딪힐 때 짠한 기쁨이 있고, 실제 술이란 케미컬이 뇌를 적실 때 나를 억제하고 있는 억제를 풀어준다. 즉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직장 상사 뒷담화도 술술 나오고 왠지 미래도 잘 풀릴 것 같다. 문제는 정신이 돌아오면 현실의 한계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또 마시게 된다.

그럼 걱정이 주는 심리적 유익은 무엇일까. ‘나는 소중해’라는 느낌 아닐까 싶다. 소중하지 않은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는 없다.

인생의 최대 걱정이 ‘치매’인 분이 방문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걱정은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전혀 걱정의 강도가 줄지 않는다. 24시간이라도 걱정을 계속 이야기하실 분위기다. ‘왜 치매에 안 걸리고 싶으세요’라고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하니 치매에 걸리면 나를 까먹으니 무섭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은 치매에 걸렸을 때 문제이고 치매가 아닌 지금 무얼 하고 싶으시냐고 다시 질문하니 당황한다. 걱정 중독의 핵심 현상이다. 오늘을 잊을까 치매 걱정을 했는데 치매 걱정에 오늘이 사라진 것이다.

숙제를 드렸다. 1월에 나를 위해 어떤 즐거운 일을 할지 한 가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시라고. 매달 1개씩 하면 일년이면 12개, 5년이면 60개라고. 그러면 돌이켜볼 때 꽤 괜찮은 인생으로 느껴지지 않겠냐고 말이다.

‘행동활성화’란 기법이 있다. 감정과 생각은 내 마음대로 조정이 어렵다. 하지만 행동은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쉽다. 그래서 마음 관리에 생각보다 행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불안 걱정에 의욕은 없지만 산책 가자는 친구 말에 억지로 함께 나가 보니 의외로 행복한 감정도 들고 꾸준히 하자는 생각이 찾아온 경우이다.

새해는 기대도 크지만 걱정도 크게 다가온다. 치매에 걸리면 어떡하지, 나만 행복하지 않은가 등 이런 생각은 이만 하고, 작은 일이라도 마음이 좋아할 것을 궁리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걱정이 많을 때 생각보단 행동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