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김유하(왼쪽)와 이솔로몬이 정수라의 '난 너에게'를 리메이크해 부르고 있다. /TV조선캡처

1986년에 정수라가 노래한 ‘난 너에게’는 이현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의 수록곡이었다. 그 시절 많은 사람의 마음에 순정의 불을 지폈던 그 노래가 35년 지나 TV조선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에서 김유하와 이솔로몬의 달달한 듀엣곡으로 재탄생했다. 앞서 이 프로그램에서 일곱 살 김유하가 노래하던 ‘아 옛날이여’를 또렷이 기억한다. 자유롭고도 멋진 모습으로 이솔로몬이 부르던 ‘집시 여인’도 마찬가지로 눈에 선하다.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준결승전에서 만나 경연을 펼치고, 그중 한 사람이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이 얼마나 잔인하고도 안타까운 상황인가.

유하는 단상 위에 올라가고 솔로몬은 의자에 앉았다. 눈높이를 맞춘 채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난 너에게’는 아름다웠다. 승리는 솔로몬에게 돌아갔으나 유하는 끝내 당당함을 잃지 않고 박수를 보냈다. 의젓한 그 모습에 감탄하다 내 시선은 솔로몬을 향했다. 연습하는 내내 솔로몬은 “지친 유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라며 유하를 걱정했다. 함께 노래할 때도 계속 유하를 바라보고 염려하고 배려하고 ‘엄지 척’으로 격려했다.

경연에서 이기고 나서도 유하에게 “삼촌이 미안해”라며 끝내 눈물을 보였던 이솔로몬! 경연을 떠나 누군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심사위원 백지영은 솔로몬에게 말했다. “좋은 사람이 좋은 노래를 오래할 수 있다”고. 그 말이 가슴을 쳤다. 대중음악을 연구하는 직업이다 보니 종종 가수들을 만난다. 좋은 가수들이 훨씬 많으나 때로 카메라 앞과 뒤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도 보게 된다. ‘프로’라 치부하고 말기에는 안타까움이 있다.

물론 모든 가수가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어떤 가수의 노래를 듣고 감탄은 해도 감동을 못 받는 것은 노래가 가수의 영혼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로도 유명한 음악가 퀸시 존스는 “당신이 만든 음악은 당신의 인간성을 드러내니, 좋은 사람부터 되려고 노력하세요”라고 했다. 나 또한 순진하게도 여전히 그 말을 믿는다. 그것이 내가 앞날이 창창한 유하를 응원하고 솔로몬을 응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