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죽음’을 뜻하는 ‘요절(夭折)’은 보통 20~30대에 세상을 떠나는 일을 말한다. 평균 수명이 늘어 요절의 기준 나이도 올라갔지만 그래도 40~50대 이상의 죽음을 요절이라 하기는 어렵다.

20~30대 요절한 가수 중엔 특히 11월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많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부른 차중락(1942~1968.11.10), ‘안개낀 장충단 공원’의 배호(1942~1971.11.7), ‘이름 모를 소녀’를 부른 김정호(1952-1985.11.29)를 비롯해 유재하(1962~1987.11.1), 최병걸(1950~1988.11.7), 김현식(1958~1990.11.01) 김성재(듀스)(1972~1995.11.20) 등이 있다. 여성 가수로는 걸출한 싱어송라이터였던 장덕(1961~1990), 비교적 최근 이즈음 세상을 떠난 설리(최진리·1994~2019.10.14), 구하라(1991~2019.11. 24)의 죽음이 슬프고 안타깝다. 빛나는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광복 이전에도 요절한 가수가 있었다. 1926년 29살 나이로 대한해협 차가운 물에 몸을 던진 윤심덕(1897~1926)이 대표적이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이경설(1912~1934)도 빼놓을 수 없다. 함흥 출신 가수 전옥(1911~1969) 이전에 ‘눈물의 여왕’이라 불린 이경설은 배우이자 가수였다. 영화 ‘아가씨’의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세기말의 노래’(1932)가 그가 부른 노래다. 1932년 폐병에 걸려 약 2년 동안 병마와 싸우다 22세 나이로 숨을 거두며 그가 남긴 말은 “아, 무대에서 죽자 했더니!”였다고 한다. 투병 중 연인은 떠나갔고, 병원비 마련을 위해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와 자료에 따르면 이경설은 ‘결혼전선 이상 없다’와 ‘먕향비곡’이란 극을 고안하거나 창작했고 ‘숨 죽은 주장’과 ‘망향비곡 주제가’를 작사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갈망하던 내일이라 했던가. 사람은 가도 노래는 남는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남길까. 그들보다 오래 산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의 흔적이 깨끗하고 따뜻한 것이기를. 하여 이상의 ‘이런 시’ 구절을 되새겨본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