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을 보는 관점은 3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탁서(神託書)와 점술이다. 점술은 왜 필요한가? 그만큼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과 논리만 가지고 하느님이 두는 바둑의 포석을 알기 어렵다. 신의 섭리는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어떻게 해서든지 신의 섭리를 슬쩍 커닝이라도 하려면 신탁과 점술이 필요하다. 아무리 미신이라고 두들겨 패도 점술이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는 이유이다. 둘째는 인격을 수양하는 수양서로 보는 관점이다. ‘까불지 말고 조심하고 겸손하라’가 주역의 일관된 메시지이다. 이 말을 듣고 실천하면 인생에서 크게 손해 볼 일 없다. 대부분의 책상물림은 이 두 번째 관점에서 본다. 세 번째는 단학(丹學) 수련의 관점이다. 주역의 64괘를 하나의 달력, 즉 캘린더로 인식한다. 이 달력 날짜에 따라 단전호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동계(參同契)’가 이 노선을 대표하는 책이다.

첫 번째의 점술적 관점에서 주역을 해석할 수 있으려면 신기(神氣)가 있어야 한다. 신기가 없으면 주역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별 소득이 없다. 헛방이다. 차라리 그 노력을 육법전서 읽는 데 투입하면 고시라도 합격한다. 신기는 무의식[藏識]의 출현이다. 누구나 신기는 각자 내장하고 있지만 욕심과 잡념이 무의식을 덮고 있어서 잘 나타나지 못할 뿐이다. 한복 입고 항상 갓을 쓰는 패션에다가 민족종교협의회장을 지냈던 한양원(1924~2016) 선생. 주역의 이론과 실전에 두루 능했던 인물이었다. 학문과 신기를 모두 갖춘 쌍권총이었다는 말이다. 통일교의 문선명도 한양원에게 주역을 배웠다.

국회의원 시절 박지원의 멘토가 이 양반이었다. 대북 송금 문제로 감옥에 가기 전이었다. “자네 운세가 학교에 좀 가겠네.” “얼마나요?” “근데 좀 오래 가겠어.” 4년 몇 개월 살다 왔다.

‘화천대유’를 한양원 선생이 살아 있었다면 어떻게 해석하였을까? 어른이 가고 나니까 물어볼 데가 없어서 답답하다. 아마도 ‘화천대박’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수천억의 대박이 났다. 대박이 나니까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특검까지 다 모여들었다. 돈 되는 곳에 전교 1등 하던 한국 사회 엘리트들이 다 모여들었다. ‘천화동인’은 천하의 인재들이 한마음이 되었다는 뜻이다. 대장동은 ‘뇌천대장’ 괘이다. 천둥·번개가 치는 ‘토르’의 점괘이다. 이 번개를 맞고 이재명이 살아날 수 있을까. 여배우의 점(點)을 통과하고 나니까 토르의 점(占)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