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은 대표적인 현대물리학자다. 그는 1905년 한 해 동안 무려 4편의 인류 역사에 남는 논문을 발표했다. 각각 빛의 입자성을 입증하는 광전효과, 브라운 운동의 이론적 원리, 특수 상대성 이론, 그리고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에 관한 논문이었다. 세계적인 과학자라 해도 평생 한 편도 쓰기 어려운 논문들이다. 유엔은 이 논문들의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했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질량을 가진 물질이 곧 에너지이고 에너지가 곧 물질이다. 그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를 빛의 속도가 연결한다. 이 물질, 에너지, 빛의 관계 속에서 인류는 에너지 문제 해결의 궁극적인 실마리를 찾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지금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그의 상대성 이론으로 살아 있다.

에너지 해결의 근본 방안 세 가지

이때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 세 가지를 주장한 셈이다.

그 첫째 방법이 ‘핵분열(fission)’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서 E=mc² 이라는 수식으로 물질의 질량(m)과 에너지(E)의 관계를 나타냈다. 물질의 질량이 변화하면 강력한 에너지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핵분열은 원자핵 하나가 서로 다른 원자핵 두 개로 분열하는 현상을 말한다. 핵분열 전후에 원자핵의 질량 차이로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우라늄과 같이 무거운 원소에서 주로 일어난다. 현재의 원자력 발전 원리다.

정보통신과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소모량 증가 / 그래픽=백형선

둘째는 핵융합(Fusion) 현상이다. 상대성 이론이 제시하는 또 다른 미래 원자력 발전의 희망이다. 핵융합은 고에너지 방전 가스인 플라스마(plasma) 상태에서 원자핵들이 융합하여 새로운 원자핵으로 변화하는 반응이다. 이때 질량 손실이 발생하면서, 그 질량에 비례하는 막대한 에너지가 생긴다. 궁극적으로 인류가 추구하는 핵융합 발전의 원리다.

셋째로 아인슈타인은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 발전의 원리도 제시했다. ‘광전효과(光電效果)’를 설명하는 ‘광양자설(光量子說)’이다. 광양자설에 따르면 빛은 입자이고 이를 물질에 입사해서 원자와 충돌시키면 전자가 방출된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태양전지 반도체에 빛을 입사하면 전자를 발생시키고, 그 전자들이 전류와 전압을 만들어 전력을 생산한다. 가장 핵심적인 현대 전력 생산의 원리는 모두 아인슈타인의 물리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기를 먹고 자라는 디지털 혁명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세 가지 전력 생산 방법은 각각 기술 성숙도, 발전 효율, 안전성, 경제성 측면에서 장단점을 갖고 있다. 아직 어느 방식도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핵분열 발전은 안전성을 더욱 높여야 하고, 광전 기술은 효율이 충분히 높지 않으며, 핵융합 발전은 아직 실용화 전 단계다. 세 가지 전력 생산 방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균형이 있고 점진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조화와 공존이 필요하다.

지구에서 인간이 안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온도 범위는 대략 섭씨 0~20도다. 절대 온도인 -273도와 실리콘 반도체가 녹는 온도 1414도에 비하면 매우 좁은 범위다. 반면 반도체와 컴퓨터는 오히려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높은 성능을 낸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온도가 낮을수록 생존 기간이 증가하며, 섭씨 56도에서 5분 내에 사멸된다고 한다. 이런 인간, 생물, 그리고 컴퓨터의 생존 조건 차이가 에너지 수요를 부른다. 여기에 디지털 혁명 시대라는 조건이 더해진다.

디지털 혁명은 전기를 먹고 산다. 디지털 전기 신호는 ‘1’과 ‘0’의 반복인데, 신호를 변환할 때마다 전력을 소모한다. 디지털화가 깊숙이 진행될수록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량도 급속히 늘어난다. 특히 ‘하이퍼스케일’급 대형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이 대폭 증가한다. 그 결과 2030년에는 데이터 센터의 총 전력 소모량이 2500TWh(테라와트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19년 우리나라 총 전력 생산량 약 563TWh의 네 배가 넘는다. 여기에 더해 자율 주행 전기 자동차, 그리고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컴퓨터의 전력 소모가 더 증가한다. 전기 에너지 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디지털 혁명도 가능하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15% 줄여

디지털 혁명은 전력 사용량 증가의 원인이지만, 동시에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는 도구도 된다. ‘양날의 칼’인 셈이다. 구글은 최근 인공지능 기계 학습 기술을 사용해 데이터 센터의 냉각에 필요한 전력 사용량을 40% 넘게 절감하고 전체 데이터 센터 전력 사용량을 15%나 줄였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 자동차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자율주행차의 모터 구동에는 디지털 스위칭 방식의 전력 반도체를 쓰는데, 역시 인공지능과 같은 디지털 제어 기술을 사용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다.

2017년 KAIST·현대자동차는 기술 협력을 위해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테크니온 공대를 방문했다. 아인슈타인이 이스라엘 건국 전부터 주도해 세운 학교다. 학교 본관 로비 벽면에는 아인슈타인의 초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USB 메모리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Iron Dome)’이 테크니온 공대 출신 엔지니어들의 작품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스라엘 출신 기업 창업자의 3분의 2가 테크니온 공대 출신이다. KAIST의 모델 대학이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과 그가 닦아둔 학문적 토양에서 자라난 후예들을 통해 현대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살아 숨 쉬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