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내가 어쩌다 ‘철새들을 위한 변호'(본지 2007년 1월 21일)와 ‘멧돼지를 위한 변호'(본지 2019년 11월 5일)에 이어 급기야 ‘나무를 위한 변호’까지 맡았다. 2050년까지 나무 30억 그루를 심어 탄소 3400만톤을 줄이겠다는 산림청의 ‘탄소 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으로 인해 스러질 수많은 나무를 위해 또다시 변호를 자청한다.

제주도 사려니숲길을 찾은 연인들이 삼나무 숲길을 걸어가고 있다. 사려니숲길은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가는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2021년 4월 6일. / 오종찬 기자

조만간 번역돼 나올 애리조나대 나이테연구소 트루엣 교수의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지구 최고령 나무는 미국 그레이트베이슨 지역에서 크고 있는 5062살 브리슬콘소나무다. 독일가문비나무는 500년, 너도밤나무는 600년, 참나무는 800년 이상 산다. 그래서 독일 숲의 벌기령(베어서 쓰는 나무의 나이)은 독일가문비나무 80년, 너도밤나무 120년, 참나무 180년 정도 된다.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65%를 차지하는 31~50살 나무들을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며 베어내고 어린 묘목을 심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초등학교에 다닐 어린 나무를 호흡이 가빠지는 중늙은이 취급하며 개벌하고 대신 갓난아기들을 잔뜩 세워놓겠다는 발상이다. 1970~80년대에 심어 이제 본격적으로 생장할 나무들이라 적절한 간벌로 덩치를 늘려야 하는데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역주행인가?

온실 기체 감축 실행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조만간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할 텐데, 아무리 급하더라도 산림청의 이 정책만큼은 반드시 재검토하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의 ‘숲 살리기 사업’이 하천 생태계를 초토화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이어 숲 생태계마저 괴멸할까 심히 두렵다. 우리는 녹화에 성공했을 뿐 조림에 성공한 나라가 아니다. 지금은 생태적 조림 사업을 할 때지 녹화 사업을 반복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