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모가 자녀가 우유부단하여 걱정이라며 어떻게 하면 결단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한다. 강하게 야단도 쳐보고 그러면 안쓰러워 안아도 주는데 이러면 또 과잉 보호는 아닌지 마음이 오락가락하며 혼란스럽다고 한다.

부모로서 품어주는(holding) 환경을 자녀에게 만들어 줄 때 아이가 씩씩하고 적응력 강하게 성장한다는 이론이 있다. 여기서 품어준다는 것은 외부의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막아주지만 과잉 보호로 스트레스를 차단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너를 옆에서 지켜줄 테니 두려워 말고 세상을 느끼고 경험해 보라는 느낌의 포옹이다. 앞의 예에 적용하면 ‘빨리 결정해’ 또는 ‘넌 아직 어리니 내가 대신해줄게”보다는 ‘어떤 결정이 더 좋을까’ 식으로 자녀의 눈높이에서 따뜻하게 소통하며 결정을 연습하도록 ‘함께’해주는 것이다.

이 품어주기 이론을 부모 자식 관계를 넘어 성인의 대인 관계, 더 나아가 리더십 영역까지 확장해서 적용하기도 한다. 대인 관계 측면에서 보면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위기 상황일 때 이런저런 훈수를 두는 친구보다 때론 묵묵히 내 옆에서 함께해주고 경청 소통을 해주는 친구에게서 더 위로받고 더 나아가 창의적 해법도 잘 떠오르는 것을 경험한다. 친구가 제공한 품어주는 환경에서 스스로 적응력과 창의력을 발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리더십 측면에서는 코로나 사태 같은 위기 상황에서 리더가 비전(vision) 제시 이전에 품어주기를 먼저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품어주기 없이 멀리 떨어져 긍정적 미래만 이야기하는 리더는 구성원을 탈진시키기 쉽고 불안, 분노, 조직 분열 등 부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다.

리더십의 품어주기는 멀리 떨어져 지시하는 것이 아닌 함께 참여하며, 막연한 긍정적 미래 비전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구성원과 충분히 소통하고, 자기와 뜻이 다르다고 비판하고 조직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닌, 구성원이 함께 뭉쳐 새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의사 결정에 충분히 반영하도록 노력함을 말한다. 원유 유출 위기를 겪은 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연구 내용을 보면, 낙관적 미래 비전만 이야기하는 리더의 구성원들에게선 회사와 리더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는데 스스로 원유 유출 현장에 와서 함께 뛰고 정확한 정보로 가깝게 소통한 리더의 구성원들은 반대로 업무 몰입과 회사에 대한 헌신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