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를 휩쓸면서 많은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디지털 테크 기업들은 오히려 이득을 보고 있다. 사람들의 이동과 모임이 제한되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라고 해도 승차 공유 서비스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Airbnb)만은 사정이 달랐다. 이들은 디지털 기업이면서도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팬데믹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큰 손실을 겪은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1월 중순 중국 내 숙소에 손님이 뚝 끊기는 것을 보고 어느 기업보다 먼저 코로나 바이러스의 존재를 확인했고, 올해 봄을 지나면서 전체 예약의 80%가 증발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위기 순간에 주식 상장 추진

그런데 이 위기 순간에 에어비앤비는 주식 상장(IPO)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리 투자자의 돈이 테크 기업에 몰리고 있는 시기라고 해도 세계 여행 업계가 완전히 얼어붙은 시기에, 그것도 매출 급감으로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한 후 몇 달 만에 주식 상장을 추진하는 건 대단한 반전이다. 상장이 무모해 보이지도 않는다. 투자시장에서는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를 300억달러(약 34조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하지 않은 스타트업 중 최고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왜 에어비앤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을까?

/일러스트=박상훈

우선 숙박 업계에서 차지하는 에어비앤비의 규모를 생각해야 한다. 에어비앤비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전 세계 객실의 숫자는 700만개로 힐튼, 하얏트 등 대형 호텔 체인 다섯 곳의 객실을 모두 합친 숫자(430만개)보다 많을 뿐 아니라,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에어비앤비를 검색하는 횟수는 어떤 호텔 체인보다 월등히 높다. 게다가 숙박률이 40% 이하로 낮아지면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호텔들과 달리, 많은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자신의 집을 활용하기 때문에 에어비앤비의 보유 객실 수는 오히려 증가 중이다.

숙박 업계에서는 여행의 종류를 크게 비즈니스 여행과 레저·관광 여행, 두 가지로 나눈다. 물론 둘 다 팬데믹의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에서도 더 큰 타격을 입은 쪽은 비즈니스 여행이다. 대부분 회사가 부담하는 비즈니스 여행은 비행기로 이동해서 호텔에 묵고 회의나 미팅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런 형태의 여행은 빠르게 화상회의로 대체되고 있고, 팬데믹 후에도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레저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을 뿐 아니라 팬데믹이 끝남과 동시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에어비앤비가 점유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여기다.(같은 이유로 미국 항공 업계에서는 국내 휴양지 노선에 집중해온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유일하게 덩치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여행 문화 변화와 에어비앤비 가치 상승

투자자들이 특히 에어비앤비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 여행 문화 변화 때문이다. 과거에는 뉴욕시를 찾는 여행객들이 대부분 맨해튼에 있는 대형 호텔에 짐을 풀고 나서 자유의 여신상과 록펠러센터를 방문하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보는 ‘인기 코스’를 돌고 호텔로 돌아와 잠을 잤다. 하지만 요즘 젊은 여행객들은 브루클린의 윌리엄스버그 같은 힙스터 동네에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잡고 주위의 맛집과 바를 찾아다니며 ‘나만의 코스’를 만들어 즐긴다. 대형 호텔과 유명 관광지를 오가며 증명사진을 찍는 여행이 끝나가면서 에어비앤비의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장기적인 전망이 당장 에어비앤비가 처한 위기를 상쇄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이자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벼랑 끝에서 몇 가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우선 항공권 예매와 엔터테인먼트까지 업종을 확장하려던 계획을 중지하고 홍보비를 크게 줄였다. 그렇게 하고도 직원 1900명을 해고해야 했지만, 자신을 포함한 공동 창업자들이 봉급을 포기하고 나머지 경영진의 연봉을 절반으로 삭감하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또한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사내 소통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석 달에 한 번 하는 이사회를 매주 열었을 뿐 아니라, 전 직원이 참여해서 누구나 CEO에게 질문할 수 있는 미팅을 수시로 가지며 기업의 상황을 모든 구성원과 투명하게 공유했다. “지나친 소통이 부족한 소통보다 낫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목표는 ‘여행 업계의 아마존’

그뿐 아니라 인건비 절약과 구조 조정으로 어쩔 수 없이 해고된 직원들의 이름과 경력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재취업을 돕는 특이한 조치를 취했다. 전체 직원 중 엔지니어 비율이 무려 19%나 되는 (아마존은 직원의 17%, 우버는 9%가 엔지니어) 우수한 테크 기업인 만큼, 사정이 좋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몰려와서 이들을 데려가게 한 것이다. 체스키 CEO는 한 인터뷰에 나와서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에어비앤비의 모토라면 우리부터 먼저 인간적인 태도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한 숙박 장소 연결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항공편 구입부터 현지 체험, 콘텐츠 제공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여행 업계의 아마존’이 되는 것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팬데믹이 모든 계획을 헝클어 놓은 상태. 당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주식 상장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그 후에 에어비앤비가 과연 (온라인 상거래의 아마존처럼) 여행 업계를 장악하는 ‘디지털 거인’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는 전 세계 여행 산업의 미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