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사회를 흔드는 부동산⋅교육⋅육아⋅지역⋅소상공인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라이프 스타일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라이프 스타일 감수성이란 자신과 타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말한다.

물질주의가 사회문제의 원인

기성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은 산업사회에서 형성됐다. 산업사회가 규정한 좋은 집, 교육, 육아, 지역, 직업의 기준이 특정 주택, 교육, 육아, 지역, 직업에 관한 개인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좋은 집은 아파트고, 좋은 교육이 사교육이고, 좋은 육아가 가부장적 육아고, 좋은 지역이 중심지고, 좋은 직업이 ‘상위’ 직업인 사회에서 사람들이 아파트, 사교육, 수도권을 선택하고 출산, 소상공인을 회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쏠린 국민의 선택은 부동산 가격 상승, 사교육 의존, 수도권 집중, 저출산, 소상공인 한계화 등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불균형을 초래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균형은 오히려 악화된다.

왜일까? 답은 정부의 대응 방식에 있다. 현재 정부 정책을 지배하는 시각은 물질주의다. 이해 당사자를 물질 기준으로 강자와 약자로 나눈 다음, 약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강자는 규제하는 것이 보편적인 해결 방식이다. 이는 부동산에서 공급 확대와 투자 규제, 사교육에서 공교육 투자와 사교육 규제, 육아에서 출산 장려금과 기업 규제, 지역 발전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수도권 규제, 소상공인에서 소상공인 지원과 대기업 규제로 나타난다.

물질주의가 사회문제의 원인이라면, 물질주의가 아닌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한 해결책이 필요하다. 탈산업화 사회에서 부동산, 교육, 육아,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개인의 선호를 결정하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이다.

따라서 현재 불균형 구조를 바꾸려면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이 변해야 한다. 단독주택이 좋은 집이고, 대안 교육이 좋은 교육이고, 양성평등 육아가 좋은 육아고, 작은 도시가 좋은 도시고, 소상공인이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탈산업화 사회에 접어든 나라로서 탈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라이프 스타일 모델을 찾아야 한다.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에 기반한 해결책

부동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지역의 아파트를 문화적으로 선망하는 소비자는 정부가 제시하는 어떤 대안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민 지역의 연립주택을 개조해 커뮤니티 공간이 있는 공동주택을 건축한 방송작가, 농촌 지역으로 이주해 전원주택을 짓고 그곳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교사 부부, 농촌 빈집을 도시 창작가의 작업 공간으로 중개, 개조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처럼 대안적 주거 문화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야, 한 지역과 주거 형태에 과도하게 몰리는 자본을 분산하고 건축적으로 균형 잡힌 도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입시 제도를 개혁하고 사교육을 규제해도 수도권 명문대 진학에서 얻는 삶을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라이프 스타일과 이를 실현할 방법이 다양해질 때 비로소 명문대 입학을 위한 과다한 경쟁이 완화될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로 해결해야 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육아다. 젊은이들이 육아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다면, 어떤 물질적 인센티브도 출산을 유인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육아를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다. 양성평등 문화가 자리 잡은 북유럽의 출산율이 높은 것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과도하게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수도권 집중도 미래 세대가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지역이 나타나기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로컬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정착한 지역 중 한 곳이 일자리-주거-교육으로 이어지는 정주 여건을 만족하면 그때 진정한 의미의 로컬화가 시작될 것이다.

소상공업 또한 물질주의가 지배하는 분야다. 소상공업을 대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이 진출하는 산업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지원과 규제도 소상공인 산업을 살릴 수 없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즉 소상공인을 창의적인 직업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 지역 자원과 연결된 고유의 콘텐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소상공인을 라이프 스타일로 추구하는 기업인의 전형이다.

대안적 라이프 스타일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고, 탈물질주의 사회의 도래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탈물질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공유 공간, 대안학교, 공동체 공동 육아, 소도시 이주, 로컬 크리에이터 등이 라이프 스타일 실험의 결과다.

그러나 더 빠른 라이프 스타일 전환을 원한다면 라이프 스타일 감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공감 능력 없이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처럼, 부동산, 교육, 인구, 지역, 직업 문제의 해결에도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더 적극적인 다문화와 다양성 교육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한국 사회가 라이프 스타일 감수성을 그대로 둔 채 과거 방식을 고집하면, 사회 불균형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