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게리타 피자

피자는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에서 화덕에 구웠던 파이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피자는 19세기 말 나폴리를 그 탄생지로 규정하고 있다. 1889년 나폴리를 방문한 마르게리타(Margherita) 여왕을 위해서 라파엘레 에스포지토 셰프가 토마토 소스에 모차렐라 치즈와 바질을 얹어 파이를 구웠다.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으로 애국심을 반영했던 이 ‘마르게리타 피자’는 모던 피자의 기원이 되었다<사진>. 이전까지 납작한 빵을 구워 남은 재료를 얹어 먹던 가난한 사람들의 요깃거리가 세계인의 음식으로 변모한 계기다. 이로부터 불과 16년 만인 1905년, 뉴욕에 첫 피자집 ‘롬바르디(Lombardi’s)’가 문을 열었다. 이 식당의 석탄 오븐(지금은 환경 문제로 더 이상 허가가 나지 않는다)에서 미국 피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뉴욕과 시카고는 미국 피자의 양대 성지다. 뉴요커들은 조각 피자를 반으로 접고 가장자리를 냅킨으로 감싸 기름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뉴욕 폴드(New York fold)’라는 방식으로 먹는다. 반면 ‘디프 디시(deep dish)’로 불리는 시카고 피자는 소스가 다소 질퍽하고 두께가 있어 레스토랑에 앉아서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먹는다. “피자는 스낵이 아니라 식사다”라는 신념이 바탕이다. 이 피자 전쟁은 뉴욕의 승리로 끝났다. 결정적 이유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조각 피자로 길거리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배달에 유리한 뉴욕 피자는 테이블 서비스로만 가능한 시카고 스타일을 압도하며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미국은 세계에서 피자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다. 하루에 100에이커(약 12만평) 면적의 피자를 먹는다. 전문점이나 배달은 물론 냉동 피자 매출만도 웬만한 산업 규모보다 크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피자집은 영향을 덜 받고 있다. 나무나 석탄으로 때는 불에서 나온 따듯함, 바삭한 가장자리와 쭉 늘어나는 치즈에 살짝 새콤한 토마토는 잘못될 수 없는 조합이다. 피자는 가격, 속도, 편리성을 담은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아주 궁합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