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i Mitchell(조니 미첼) ‘Both Sides Now’(1969)

새 천년 첫 세기의 5분의 1이 끝나가고 있다. 21세기의 향방을 결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한 사람을 꼽자면 9년 전 10월 5일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무엇이었을까? 애플 컴퓨터, 아이팟, 아이폰? 픽사의 애니메이션? 하지만 그는 엔지니어도 애니메이터도 아니었다. 실제로 그가 초기 애플이나 픽사에 정력적으로 관여했을 때 회사는 엄청난 적자였고,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2000년 그는 다시 자신의 터전인 애플 CEO로 돌아와 막대한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단숨에 흑자로 돌려놓으며 세계 최고 회사를 향한 그의 신화를 시작한다. 그는 다른 CEO와 뭐가 달랐는가? 어떤 차이를 그는 창조했을까? 나는 예술을 향한 그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기업을 통해 예술을 꿈꾸었고 기업 자체를 예술로 사고했다. 시장에서 제일 잘 팔리는 상품을 만들기보다 많은 이가 열광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자 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사랑은 남달랐고 그것은 애플 신화를 구동한 아이팟으로 이어졌다. 그가 태어나던 해 1955년에 녹음된 글렌 굴드의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평생 사랑했으며 비틀스와 밥 딜런의 전곡을 자신의 아이팟에 담아 늘 같이했다.

그리고 자기 세대인 여성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의 ‘Both Sides Now’를 좋아하는 노래로 꼽았다. 잡스가 열다섯 되던 해 나온 이 노래는 일 년 먼저 발표한 주디 콜린스 버전이 더 대중적이지만 잡스는 오히려 삼십 년이 더 지난 2000년에 조니 미첼이 다시 녹음한 버전을 더 좋아했다.

‘요정들의 동화가 현실이 되는/ 나는 사랑을 그렇게 보았어요/ 그러나 이제 다른 것이 보여요/ 비웃는 그들을 그냥 두고 떠나세요….’ 이 노래는 결국 ‘삶은 진정 알 수 없는 것’으로 담담하게 마감한다. 마치 잡스의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