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추첨돼 방문한 청와대는 발길 닿는 곳마다 절경이었다. 특히 북악산 자락과 어우러진 자연 경관이 빼어났다. 본관을 지나 관저 부근으로 접어들면 숲속 한가운데 있는 아늑함이 더했다. 고급 조경으로 빚어낸 기화요초(琪花瑤草)와 낙락장송(落落長松)이 지천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고귀함으로는 으뜸 가는 장소와 공간을 열어 전 국민이 향유하도록 추진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공이다. 무엇보다 전근대적 권력의 상징을 혁파하고, ‘용산 대통령실 출퇴근’으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과거 청와대는 권위주의 정치의 표상이었다. 청와대는 이제 권력자의 근사한 저택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 진경(珍景)을 넉넉히 누리는 유물로서 역사의 뒤안길에 자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제왕의 허욕을 벗고 ‘국민의 대표 일꾼’이란 본업(本業)에 충실하겠다는 취지의 청와대 개방은 그래서 역사의 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