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선사시대 라스코 동굴벽화로 유명한 프랑스 남서부 도르도뉴 지방엔 영국인 마을 ‘에이메’가 있다. 영국 은퇴자 300명이 따뜻한 날씨와 싼 물가를 찾아 이곳에 ‘세컨드 홈’을 마련했다. 저가 항공 덕에 수시로 영국을 오간다. 10년 전 갔을 때 거리에 영어 간판을 단 수퍼마켓, 펍(pub), 부동산 중개 업소들이 즐비했다. 부동산 중개 업자가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늘고 있다”고 말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유럽에선 세컨드 홈 소유자가 흔하다. 파리에 살 때 이웃은 알프스 몽블랑 부근에 세컨드 홈이 있어 스키 철엔 그곳에서 살았다. 코로나 사태 후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세컨드 홈 인기가 급상승했다. 풍광 좋은 영국 남서부 해안에선 신축 주택의 30%가 세컨드 홈 용도이다. 영국 정부는 주택 신축에 따른 일자리 창출, 지역 소비 촉진 등 경제 활성화 효과가 좋다고 보고 세컨드 홈 소유자에게 주민세 50% 감면 등 다양한 장려책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외국인에게 1유로만 받고 시골 빈집을 파는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주민을 늘리려 애쓰고 있다.

▶갖고는 싶지만 갖자마자 후회하는 3가지가 별장, 요트, 애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가끔 쓰는 데 비해 비용과 품이 너무 많이 드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귀농·귀촌 바람이 불면서 속초, 제주 등지에 세컨드 하우스 구입 붐이 일었었다. 가격도 급등해 투자로도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금리 상승이 촉발한 부동산 침체와 더불어 세컨드 홈 거품도 꺼졌다. 요즘 속초, 제주엔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 지인은 시골 기와집을 전원주택 삼아 5도 2촌(닷새는 도시, 이틀은 농촌)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 별안간 다주택자로 취급돼 종합부동산세가 수천만원씩 나오자 화가 나 기와집을 부숴버렸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막고, 시골 주택 구입을 장려하기 위해 인구 감소 지역에 4억원 이하(공시가격 기준) 주택을 사면 ‘1주택자’로 대우하고, 재산세·종부세·양도세 감면 혜택까지 주는 ‘세컨드 홈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정부 말 믿었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거 아니냐’고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문 정부 시절, 세제 혜택에 혹해 ‘주택 임대 사업자’로 등록했다가 다주택자들이 뒤통수를 맞았고, 종부세도 정권에 따라 춤을 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세컨드 홈 정책도 입법이 필요한데, 야당이 “무주택자가 수두룩한데”라며 딴지를 걸 수 있다. ‘세컨드 홈’ 정책 역시 총선 후폭풍을 비켜가기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