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 테러 이후 세계 각국 정부와 항공사들은 항공 보안 규정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쳤다. 무기가 될 수 있는 소지품의 검색이 철저해졌다. 조종실 문도 비행 중엔 반드시 잠그게 했다. 테러범에게 납치된 여객기가 조종실 문조차 잠그지 않고 비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였다. 테러 방지는 비행기 설계에도 반영돼, 조종실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일러스트=박상훈

▶그런데 2015년 봄 발생한 독일 저먼 윙스 여객기 추락 사고의 테러범은 승객이 아니라 조종사였다. 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 부기장이 문을 안에서 잠그고 비행기를 알프스 산맥에 추락시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강화된 조종실 안전 장치가 오히려 테러를 도운 아이러니였다. 이후 항공사들은 테러 대응 매뉴얼을 다시 뜯어고쳤다. 조종실에 한 사람만 남겨두지 않는 규정이 추가됐다. 항공기 테러 대응은 이처럼 어디서 날아올지 예측할 수 없는 창과 그에 맞서는 방패의 싸움이다.

▶한국도 항공기 테러 위험이 높은 편이다. 1969년 12월 대한항공기가 납북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보안 검색을 강화했는데도 2년 뒤 23세 청년이 강원도 속초에서 이륙한 여객기에 사제 폭탄을 반입했다. “북으로 가자”며 3000m 상공에서 폭탄을 터뜨려 승무원이 사망하고 비행기 동체에 20㎝ 구멍이 뚫렸다. 다만 범인이 조종실에 들어가지 못해 조종사가 비행기를 비상착륙시킬 수 있었다. 대한항공기 납북을 계기로 비행 중 조종실 문을 잠그는 규정을 도입한 게 최악의 사태를 막았다. 1987년 칼기 폭파 테러에 액체 시한폭탄이 쓰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기내 액체 반입도 엄격히 금지됐다.

▶테러 못지않게 비행기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 기내 난동이다. 항공기 특성상 작은 사고로도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기내 난동을 항공기 테러 못지않게 엄하게 처벌한다. 지난해 미국에선 “비행기에서 내리게 해달라”며 행패를 부린 승객이 기내에서 체포돼 8만달러 넘는 거액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대구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 여객기의 비상문을 열어 탑승객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승객이 28일 구속됐다. 이번 사고로 항공사들은 비상구 옆 좌석의 운용 방침을 바꿔야 하게 됐다. 아시아나는 당분간 해당 좌석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사고를 일으킨 승객은 최근 실직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니 이런 위험 요소까지 미리 파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