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해 콘텐츠를 고의로 방치했다며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조사에 나섰다. 이탈리아 10대들 사이에 자신이나 상대방 얼굴에 흉터를 낸 뒤 이 모습을 촬영해서 틱톡에 올리는 ‘자해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김성규

▶중국의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만든 틱톡은 중독성 강한 빠른 음악에 맞춰 짧은 동영상을 촬영해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2017년 세계 시장에 출시돼 2020년부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 1위가 됐다. 유튜브가 동영상 시대를 열었다면 틱톡은 ‘숏폼(short form)’ 붐을 일으켰다. 숏폼은 15~60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말한다. 누구나 쉽게 만들고 ‘틱톡 챌린지’로 참여를 끌어낸 덕에 틱톡이 세계 10대들의 놀이터가 됐다. 하지만 종종 위험천만한 놀이터다.

▶올 1월 아르헨티나의 12세 소녀가 틱톡 라이브 영상을 켜놓고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 참기에 도전하는 ‘기절 챌린지’를 하다 사망했다. 과거에도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이런 놀이가 유행했는데 최근엔 틱톡을 타고 세계로 번졌다. 2021년 1월에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10세 아이가 기절 챌린지로 숨졌다. 지난 18개월간 12세 이하 어린이 15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통계도 있다. 현대·기아차도 틱톡 챌린지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현대·기아차의 과거 모델을 훔치는 10대들의 ‘틱톡 챌린지’가 유행했다. 뉴욕주에서는 기아차를 훔쳐 달아나던 10대들이 교통사고를 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틱톡은 기업 가치가 1000억달러(130조원) 넘는 스타트업을 일컫는 ‘헥토콘’에 세계 최초로 등극했다. 구글보다 방문자 수가 많고 유튜브보다 오래 보는 플랫폼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4~18세의 틱톡 시청 시간이 하루 평균 91분으로 유튜브(56분)의 1.6배라는 통계도 있다. 청소년에 대한 중독성과 유해성 때문에 미국과 EU는 연일 틱톡에 견제구를 날린다. EU 집행위원은 “겉보기에는 재밌지만 그 뒤에 위험을 숨겨뒀다”며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비유했다. 미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인들에게 배포한 ‘디지털 마약’”이라고 했다.

▶틱톡은 ‘스파이 앱’이라는 의혹도 받는다. 개인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유출한다는 우려다. 미국 정부기관과 의회, 주 정부, EU 집행위가 업무용 기기에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미국의 틱톡 견제가 세계 10대들의 틱톡 사랑을 잠재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