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매포지구대 앞에 ‘우리 아가가 태어났어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다. 길을 지나던 주민들이 현수막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미스터리의 통계에 놀란 적이 있다. OECD가 2019년 발간한 ‘한눈에 보는 건강(Health at a Glance)’이란 통계집에서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OECD 36국 가운데 6위였다. ‘치료할 수 있었는데 치료 못 한 사망’은 넷째로 적었고, 암 사망률도 낮았다. 건강 상태, 의료 성과가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9.5%로 꼴찌(OECD 평균은 68.1%)였다. 한국은 우울증 세계 1위, 자살률 세계 1위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비관적 인식을 가진 것일까.

▶한국의 출산율이 0.78명으로 세계 꼴찌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인구 미래 공존’). 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완벽한 부모 신드롬’이라는 것이다. 현재 아이 낳을 연령대는 1990년 전후 출생한 30대 전반 그룹이다. 1960년 전후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부모들이 극진히 키워온 세대다.

▶지금 30대는 ‘내가 어릴 적 쏘나타나 그랜저 탔으니 내 아이도 나중에 그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니 경제적으로 안정을 취한 후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결혼이 늦고 아이도 적게 낳으려 한다.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이 그렇듯 미래도 불안하게 본다.

▶진짜 문제는 앞으로 10년 뒤부터다. IMF를 전후 한 1996년부터 2005년 사이 한 해 출생아 수가 70만명에서 40만명 중반대까지 급강하했다. 이들이 지금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Z세대 그룹이다. 2030년대 이후엔 Z세대가 출산 주력 계층이 된다. 그러나 이 연령대는 워낙 태어난 숫자 자체가 적다. 출산율을 어지간히 끌어올리더라도 이들이 낳을 아이들 숫자는 또 한 번 추락할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다는 것이다. 이게 우리의 ‘정해진 미래’다.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 주력층일 때는 부양해야 할 노인이 많지 않았다. 일자리도 풍부했다. 올해 65세에 도달한 1958년생 개띠를 필두로 앞으로 매년 80만, 90만명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한다. 이들을 부양해야 할 청년, 청소년 세대는 베이비부머의 2분의 1, 3분의 1 규모밖에 안된다. 청년 세대가 이 짐을 어떻게 짊어지겠나. 청년·청소년 세대의 어깨에 내려 앉는 부양(扶養) 폭탄이 ‘세대 전쟁’을 초래하게 될 날이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인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