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월 강원도 인제에서 모 군단장이 병사들과 똑같이 무게 20㎏이 넘는 완전 군장을 메고 20㎞ 행군을 해 화제가 됐다. 별 셋을 단 고위 장성이 장병들 맨 앞에 서서 행군을 한 사진이 SNS에 올라오자 하루 만에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유하며 1만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미군 장군만 이러는 줄 알았는데 한국군에도 이런 장군이 있었나”라며 놀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우리 국민들에게 군인이 장군이 된다는 것은 ‘고생 끝, 행복 시작’으로 비치고 있다. 실제로 “장군이 되면 100가지가 바뀐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급 승용차와 운전병이 제공되고, 한때 장군용 식당과 목욕탕을 따로 둔 부대도 많았다. 행사 때 장군이 참석하면 계급에 따라 일성곡(一星曲)부터 사성곡까지 연주된다. 한동안 장군의 공식 명칭은 ‘장관급(將官級) 장교’였다. 필자의 초년 국방부 취재 때 “장군은 장관과 같은 급인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던 기억이 난다. 현재 의전상 대장만 장관급 예우를 받는다.

▶문민 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 뒤 장군의 권위와 위상은 계속 떨어져왔다. 특히 2017년 공관병 갑질 의혹 사건은 장군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공관병이 사라지면서 ‘지휘관의 꽃’으로 불리는 사단장들도 주말엔 직접 관사 청소를 한다. 운전병이 있어도 일과 이후엔 장군들이 직접 운전하는 경우도 많다. 430여 명에 달했던 장군 숫자도 한동안 손대기 힘들었던 성역이었지만 지난 5년간 60여 명이 줄어 370여 명이 됐다.

▶지난 27일 김승겸 합참의장이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폼 잡는 게 장군이 아니다”라며 지휘관들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의장은 “이런 방식으로 하면 실전에서 여러분들 또 당한다”고 했다.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이 이렇게 직설적인 표현으로 장시간 질타한 것은 전례가 없다. 군 일각에선 “연대장이 대대장 가르치듯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장군이 ‘제너럴(general)’인 것은 모든 병과에 통달해 병력을 지휘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세계 장군들 중 최고는 2차 대전 때는 독일, 지금은 미군이다. 미군 장군들의 경험, 지식, 노력, 작전 능력과 비견할 수 있는 한국군 장군은 몇 명인가. 훈련과 작전이 아니라 다음 보직과 진급에만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군 훈련이 미군식 실전이 아니라 형식적인 겉치레가 된 지 오래인데 어떤 장군이 직을 걸고 충언을 했나. 북 무인기 사건은 우리 장군들의 실상도 드러냈다.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