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폴로 11호보다 먼저 소련이 달 착륙에 성공한다. 미국과 소련은 각각 달에 제임스타운과 즈베즈다 기지를 건설한다. 달 식민지다. 미국은 선점한 리튬 광산을 소련에 빼앗기자 달에 해병대를 파견한다.’ ‘포 올 맨카인드(모든 인류를 위해)’라는 애플TV 드라마다. 드라마 제목은 실제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사다리에 새겨진 글귀에서 따왔다. 하지만 드라마에 인류애는 없다. 달은 땅과 자원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또 다른 지구일 뿐이다.

▶서부 개척 시대에는 말을 달려 깃발을 꽂으면 자신의 땅으로 인정받았다. 우주는 다를까. 1967년 유엔 우주협정은 지구 밖 어떤 천체도 특정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했다. 우주에 대량 살상 무기 배치를 금지했고, 모든 나라가 자유롭게 우주를 탐사할 수 있다는 조항도 담겼다. 하지만 아폴로 11호가 달에 가기도 전에 만들어진 이 조항이 계속 지켜질 거라 믿는 나라가 있다면 바보이거나 우주 꿈도 꿀 수 없는 후진국일 것이다.

▶1980년 미국 세일즈맨 데니스 호프는 우주 조약의 허점을 파고들어 백만장자가 됐다. 그는 조약이 ‘국가 소유’만 금지했다며 회사를 세운 뒤 달과 우주를 마구 팔아치웠다. 약 1200평당 2만6000원씩 받아 그가 번 돈은 160억원에 이른다. 3억원만 있으면 명왕성을 통째로 살 수 있다. 우주판 봉이 김선달인 셈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잠잠하던 달 탐사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미국이 유인 우주선을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 1단계에 성공했고, 중국과 인도도 잇따라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는 17일 달 궤도 진입을 시도한다. 일본 우주 기업 아이스페이스도 11일 달 착륙선을 발사했다. 이 회사는 달에서 흙을 채취해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달 자원 거래가 된다.

▶원시 지구에 행성 테이아가 부딪히면서 만들어진 달은 자원의 보고다. 1t에 6조원 가치인 헬륨3가 110만t 묻혀 있고 스마트폰·전기차 제조의 핵심인 희토류, 실리콘·티타늄·마그네슘도 풍부하다. 미국은 2020년 일본·영국 등과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하고 우주 자원 채굴과 사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능력만 되면 달에서 자원을 캐도 좋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달에서 채취한 암석과 흙은 383kg으로 모두 연구용으로 쓰였다. 하지만 이제 우주 선진국들에 달은 38만km 떨어져 있는 거대한 광산이다. 지구 식민지 경쟁이 끝난 지 100년도 되지 않아 달 식민지 경쟁이 꿈틀대고 있다.

박건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