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세계 1위 부자’ 일론 머스크보다도 개인 재산이 몇 곱절 많다는 ‘비공식 최고 부자’ 사우디 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한국을 방문한다.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곧바로 한국행이다. 2019년 6월 이후 3년 만의 방한이다.

▶빈 살만의 위상은 3년 전보다 더 높아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는 돈방석에 앉았다. 부총리였던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9월 27일로 총리가 됐다. 외국 정상이 방문하면 우리 정부가 경호 인력을 제공하는데도 ‘철통 경호’를 위해 국내 사설 경호업체들과 별도 계약을 맺었다. 국내 경호업체들이 때아닌 ‘빈 살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경호업체 계약을 대행한 국내 로펌이 사실상 빈 살만의 사설 경호를 진두지휘한다.

▶왕세자가 투숙하는 서울 롯데호텔 로얄스위트 객실은 모디 인도 총리, 룰라 브라질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같은 세계적 인사들이 묵었던 곳이다. 이번 빈 살만의 투숙과 경호는 그중에서도 ‘역대급’으로 꼽힌다. 2주간 객실 400개를 예약하고 고급 차량 200대가 동원된다. 방한 일주일 전부터 사우디 수행원들이 먼저 도착해 왕세자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빈 살만은 소음에 민감한 성격이라 비행기 이착륙에도 각별히 신경 쓴다고 한다. 17일 이른 새벽에 도착해 체류 시간은 만 24시간이 되지 않는다. 단 하루 묵는데 거의 이삿짐 수준의 개인 물품이 항공편으로 배송돼 롯데호텔 주차장에 도착한 모습이 네티즌들 사진에 포착됐다. 개인 물품에는 부피가 꽤 나가는 헬스 기구도 있었다.

▶3년 전 방한 때 빈 살만은 10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 이재용, 현대차 정의선, SK 최태원, LG 구광모, 롯데 신동빈 회장과 티타임도 가졌다. 이번에도 숙소인 롯데호텔에서 재계 총수들과 티타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일정은 전부 대외비다. 왕세자 측에 일정을 물어보는 것조차 금기시된다고 한다. 한 기업인은 “빈 살만 왕세자를 보는 것은 거의 ‘알현’ 수준”이라고 했다.

▶'개혁 군주’를 자처한 37세 지도자 빈 살만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달러로 ‘석유 이후의 사우디’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700조원을 투자하는 ‘네옴시티’가 대표 사업이다. 그의 방한 소식에 네옴시티 관련 기업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이번 방한 때 통 큰 거래가 성사돼 우리 기업들에 ‘제2의 중동 붐’이 오고 온통 어두운 지표뿐인 경제에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