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동해.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서 국산 대잠(對潛) 미사일 홍상어가 발사됐다. 홍상어는 날아가다 적 잠수함 부근 상공에서 물속으로 들어가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가는 방식의 ‘미사일+어뢰’이다. 당시 목표물은 20㎞ 떨어진 수면 60m 아래의 컨테이너였다. 홍상어는 10여㎞를 날아간 뒤 낙하산이 펴지면서 정상적으로 바닷속으로 들어갔지만 이내 실종됐다.

▶홍상어는 2004년부터 1000여 억원을 들여 개발한 뒤 2009년부터 실전 배치된 무기였기 때문에 군과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실전에 배치된 지 3년이 지난 무기가 ‘행방불명’된 것이다.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8발을 추가로 시험 발사했지만 5발만 명중하고 3발은 또 수중에서 유실됐다. 어렵게 원인을 찾아냈다. 어뢰가 입수(入水)할 때 충격으로 일종의 ‘뇌진탕’을 일으킨 것이었다. 1발당 20억원에 달해 4발만 쏴본 뒤 3발이 명중하자 성급하게 실전 배치한 탓이었다.

▶어뢰나 미사일 실패는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북한도 2016년 연속 실패했다. 사거리 3000~40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을 총 8차례 발사했지만 7차례나 실패했다.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 적도 있었다. 당시 미국이 사이버 전자전을 의미하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작전으로 무수단의 연속 실패를 만들어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미사일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7월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용 로켓인 ‘미노타우로스Ⅱ’가 발사 직후 11초 만에 공중 폭발했다. B-52 폭격기에서 발사되는 AGM-183A 극초음속 미사일도 성공과 실패를 되풀이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 개전 1100발 이상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 국방부는 러 미사일 실패율이 최대 6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대공 미사일이 발사 직후 유턴해 발사 장소로 되돌아가 러시아군을 덮친 것은 그중에서도 충격적이었다.

▶지난 4일 우리 군 현무-2C 미사일이 발사 직후 추락했다. 워낙 비싼 비밀 무기여서 개발 과정에서 많이 쏴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10년 전 홍상어 미사일의 경우와 비슷한 사례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제 중장거리 미사일에서 보기 드물게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무수한 실패가 ‘약’이 된 것이다. 무기만이 아니라 모든 개발의 역사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