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에서 아버지 직업을 묻는 교사에게 고교생이 “건달입니다”라고 하자 교사가 손목시계를 푸는 장면이 나온다. 2000년대 이전 중·고교를 다닌 남자라면 그 디테일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지금부터 흠씬 때리겠다’는 예고다. 실제 신경 거스른 학생을 불러내 교단부터 교실 끝까지 뺨을 때리며 몰고 가는 등 교사의 학생 폭행은 적지 않았다. 그런 날이면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그때는 그런 일을 ‘교육적 체벌’로 여기고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요즘 그랬다간 당장 소송이다. 이젠 오히려 학부모와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일이 흔해졌다. 7년 전 경기 이천의 어느 고교에서 벌어진 ‘매 맞는 기간제 교사’ 사건은 큰 충격을 줬다. 수업 시간 중 학생들이 촬영한 영상엔 남학생 5명이 교사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담겼다. “그만하라”는 교사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오죽하면 교권 침해 보험도 나왔다. 어느 보험사가 만든 이 보험엔 2018년 한 해에만 3863명이 가입했다.

▶교사들은 “큰 소리로 꾸짖으면 소송 대상이 되고, 뒤로 나가 서 있게 하면 인권 침해로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9년 전 한국교총이 ‘교사들의 애환과 자긍심 찾기’ 수기를 공모했을 때 어느 교사가 올린 글의 제목이 ‘사면초가(四面楚歌)’였다. 상황은 지금도 그대로다. 교총이 지난 7월 전국 유·초·중·고 교사 8655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응답자의 61%가 주 5회 이상 학생들의 문제 행동을 접했다고 했다. 교사 10명 중 6명이 하루 한 번꼴로 수업 방해나 욕설 등의 문제로 시달린다는 것이다.

▶교실 붕괴는 미국이 원조급이다. 지난해 미국 어느 고교에서 학생이 장애가 있는 교사를 때리고, 다른 학생이 그 영상을 휴대전화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미국 10대들 사이에 교사 폭행 장면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선생님 때리기(Slap a teacher)’ 챌린지가 유행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북한 외무성까지 “미국에선 철부지 어린이들마저 패륜아로 전락되고 있다”고 한마디 거들었을 정도였다.

▶충남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로 여교사를 아래 위로 촬영하는 듯한 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돼 논란이다. 지난 26일 동영상 플랫폼에 게재된 영상이다. 교실엔 상의를 벗은 학생도 있었다. 그래도 교사는 그냥 수업을 진행했다. 아마 제지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상화되기도 했을 것이다. 교실이 교사에게 공포의 공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