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밖에서 가장 큰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청나라 말기 가난한 중국인들이 ‘미국에 가면 금으로 된 산이 있는데 빗자루로 쓸어 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배를 타 도착한 곳이다. 중국에선 지금도 샌프란시스코를 ‘구금산(舊金山)’이라고 부른다. 샌프란시스코 인구 약 20%가 중국계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미 연방하원 의원이 낸시 펠로시 의장이다.

▶펠로시는 원래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출신이다. 1940년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 토머스 달레산드로는 볼티모어 시장과 연방하원 의원을 지냈다. 어려서부터 부친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자랐다. 1963년 폴 펠로시와 결혼해 1남 4녀를 키우다 남편의 사업 때문에 1977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다. 여기서도 민주당원으로 활발히 활동하다 1987년 하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처음 당선됐고 이후 35년간 내리 18선을 했다.

▶지역구에 중국계가 많아서 그런지 유독 중국 민주화와 인권에 관심이 많다. 천안문 사태 2년 뒤인 1991년 중국을 방문해 사전 허가 없이 몰래 천안문 광장으로 달려가 ‘중국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가 중국 공안과 추격전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펠로시 의장은 훗날 “나는 도망쳐 뛰기 시작했다. 동료 의원들은 약간 맞기도 했다. 기자들은 구금되기도 했다”고 했다. 1997년 장쩌민 중국 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는 폭군이라고 부르며 항의 시위를 했고, 2008년 티베트 독립운동의 구심점 달라이 라마와 만났다.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대만 방문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전 세계 292만명이 그가 탄 비행기 항적을 추적했다. 미국에서도 대만 방문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완전히 무모하고 위험하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했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사 지원을 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시점에 중국을 자극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펠로시는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우리 젊은 층 일부는 그의 대만 방문과, 2020년 트럼프 대통령 바로 뒤에서 트럼프 연설문을 찢는 사진 등을 올리며 ‘직진녀’라고 부르기도 한다. 펠로시 의장은 김정은을 ‘깡패’라고 지칭하며 북한 인권에도 관심을 가져왔다. 그가 북한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