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히틀러가 1941년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소련을 침공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독·소 전쟁이 시작됐다. 허를 찔린 소련군은 개전 초에만 80만명을 잃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선 10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그 전투에 투입된 소련군 신병의 평균 생존 시간은 24시간에 그쳤다고 한다. 히틀러 군대는 소련 민간인도 학살하고 성폭행했다. 당시 희생된 소련인이 2900만명이다. 당시 한반도 전체 인구가 없어진 것이다. 2차 대전 세계 사망자를 다 합쳐도 소련보다 작다. 2차 대전은 미⋅영과 독일이 싸운 것이 아니라 소련과 독일이 싸운 것이다.

▶스탈린은 스탈린그라드 사수를 계기로 반격에 나섰다. 그에게 병사는 ‘자원’일 뿐이었다. 전사·포로·행방불명이 1100만여 명이다. 6⋅25 때 국군 피해의 100배에 달한다. 독일로 진격한 소련군은 ‘피의 복수’를 했다. 학살하고 성폭행했다. 나중에 독일군은 미·영 연합군을 보면 항복하고 소련군을 보면 죽기살기로 싸웠다. 독일군 전사자 320만명 중 280만명이 소련과의 전투에서 나왔다.

▶5월 8일 독일군 참모장이 프랑스 랭스에서 미⋅영 연합군에게 항복했다. 그래서 서방국가들은 8일을 2차 대전 종전일로 본다. 그런데 스탈린은 소련이 빠진 항복에 분노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 말이 되지 않았다. 소련군 총사령관 주코프가 베를린 근교로 독일군 총사령관을 불러 항복 문서에 다시 서명하게 했다. 그 시간이 모스크바 시각으로 5월 9일 0시 43분이었다. 5월 9일이 소련의 전승절이 된 이유다.

▶러시아 푸틴이 그제 전승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불가피하고 올바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언론은 전쟁 장기화를 우려한다. 2005년 전승절 60주년 때는 푸틴의 초청에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주석 등이 전부 응했다. 그런데 올해는 세계가 러시아와 푸틴에게 분노하고 있다. 폴란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전몰 용사의 묘에 헌화하려다 붉은 물감을 뒤집어쓰고 “살인자들”이란 비난을 들었다.

▶러시아는 독일의 침공으로 형언할 수 없는 인명 피해를 당했다. 그런 나라가 21세기에 침략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 러시아 전승절에 울려 퍼지는 군가 ‘성스러운 전쟁’에는 ‘파시스트 강간범들’을 저주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군이 강간을 무기로 쓰고 있다. 스탈린은 침공당한 직후 “히틀러는 저지른 죄악의 무게로 인해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푸틴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