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맨 처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남아공은 인구 5900만명 중 에이즈 감염자가 820만명이다. 코로나는 보통 감염 후 1주일이면 항체와 면역 세포 작용으로 몸속 바이러스가 퇴치된다. 감염 진단을 받아도 증상이 없으면 10일 뒤 격리에서 해제된다. 생활치료센터에서 나갈 때 검사받을 필요도 없다. 중증으로 가는 것은 감염 초기에 폐 등 장기가 망가진 후유증이다. 반면 면역 체계가 손상된 에이즈 환자는 바이러스를 밀어내지 못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보름에 한 번 정도 변이가 일어난다고 한다. 에이즈 환자는 몸속에 바이러스를 오래 지니면서 폭발적 변이를 일으키는 ‘진화의 공장’이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미크론이 공포스러운 것은 바이러스 껍질에 있는 ‘스파이크’에 30개나 되는 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파이크는 인체 세포에 달라붙어 파고드는 역할을 한다. 백신 접종이나 과거 감염으로 우리 몸속에 생긴 항체는 그 스파이크 단백질을 탐지해 무력화한다. 그런데 오미크론은 항체가 못 알아보도록 잔뜩 위장하고 나타난 것이다. 그 탓에 부스터샷 맞은 사람까지 감염 사례가 나왔다.

▶현재까진 감염자들 증세가 가볍다고 한다. 남아공 감염자 대부분은 피로감, 마른 기침 정도이지 중증은 별로 없다는 보도다. 한국 확진자도 상태가 안정적이다. 독일 전문가는 오미크론이 “팬데믹을 종식시켜줄 크리스마스 선물일 수 있다”고 했다.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밀어내면서 코로나를 일반 감기 비슷하게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기대다. JP모건은 “오미크론으로 생긴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 기회일 수 있다”는 보고서까지 냈다.

▶바이러스는 독성이 약해지면 전파력은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 4종이 그런 진화 과정을 거쳐 풍토병이 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게 된다. 감기가 주기적으로 유행하지만 치명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다.

▶물론 속단은 금물이다. 남아공 오미크론은 백신을 맞지 못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로 번지고 있다고 한다. 젊은 탓에 심각한 증세가 덜한 것일 수 있다. 코로나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은 감염 후 2주쯤 지난 때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작년 봄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코로나가 대확산 파도를 너덧 차례 거친 후 2022년이 되면서 가라앉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랬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