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사흘 만에 600명대를 기록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방역관계자들이 해외 입국자들을 안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공식 선언했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을 개발한 지 184년 지나서였다. 천연두는 20세기에만 전 세계에서 3억명 이상을 죽인 감염병이었다. 인류가 최초로, 그리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정복한 감염병이기도 하다.

▶백신 접종이 늘어나면 신종 코로나도 종식 선언을 할 수 있을까.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집단면역 형성이라도 선언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학자들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지난 3일 “백신 접종을 본격화하더라도 집단면역 도달은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토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 아직은 낮은 백신 예방률 때문에 “결국 독감처럼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전문가들도 코로나 집단면역에 비관적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면 기사로 보도했다. 미국의 성인 절반 이상이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았지만 전염성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 등장과 일부 미국인의 백신 거부감 때문에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어쩌면 영원히 집단면역 기준점을 넘어서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이 바이러스가 통제 불능이 아닌 ‘관리 가능한 위협(manageable threat)’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최근 전문가들의 결론이라고 했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가 100년 전 발생한 스페인독감의 길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발생해 2~3년 사이 당시 세계 인구의 3분의 1가량인 5억명을 감염시키고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후 치사율은 낮아졌지만 사라지지 않고 변이를 거듭해 현재까지 계절독감 형태로 남아 있다. 요즘 우리가 맞는 독감 백신에도 이 독감의 후손 격인 ‘H1N1’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들어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우리 방역 당국은 집단면역 형성의 목표는 퇴치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어느 정도 집단면역을 형성하면 계절독감과 유사한 형태로 거리 두기, 모임 제한 등 없이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 이를 목표로 예방접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현 세대는 남은 생을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마스크 벗고 지인들과 거리낌 없이 만날 수 있는 날이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