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인이 충남 당진시 시골에 쪽파 구근 300포대를 배달해주러 갔다. 혼자 짐 내리기 힘들어 도움을 청하니 마을 청년회 소속 십여 명이 거들어주러 나왔다. 청년회인데 최연소자가 65세, 나머지는 칠순 어르신들이었다고 한다. ‘청년회’에 힘든 일 시킬 수가 없어 혼자 진땀 흘리며 종자 내려주고는 파김치가 되어 돌아왔다는 경험담을 인터넷에 올렸다.

▶대부분 농촌에서는 60~70대가 궂은일 도맡아 하는 ‘마을 청년’으로 통한다. 청년회 가입 상한선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인 마을도 꽤 있다. “우리 할아버지가 경로당에서 막내라고 담배 심부름 하다가 저한테 들키고는 경로당엘 안 가세요.” “집에만 있는 칠순 아버지에게 왜 경로당도 안 가시느냐고 했더니 형들이 청소시켜서 싫다고 하세요” “제가 사는 마을에는 올해 71세가 청년회장 되셨어요.” “90대 어르신이 70대 할아버지한테 ‘꼬마야’라고 부르는 것도 봤어요.” 온갖 사연이 늘어난 수명과 달라진 사회를 보여준다. ‘농업인 정년’에 해당하는 농업인 취업 가능 연한이 작년에 65세에서 70세로 높아졌다.

▶올 4월부터 세계 최고령 국가 일본에 ’70세 정년 시대'가 열렸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정년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했다. 1889년 독일의 철혈 재상으로 불리는 비스마르크가 노령연금을 도입했다. 독일인의 평균수명이 40세 안팎이던 시절인데 일 그만두고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는 나이를 70세로 정했다. 너무 비현실적인 나이여서 1916년 노령연금 수급 연령을 65세로 낮췄다. ’65세 노인' 개념의 시작이다.

▶일본 최대의 에어컨 생산 업체 다이킨공업은 ‘고령 근로자 천국’으로 불리는 회사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저렴하고 기술력 있는 고령 근로자를 잘 활용한 덕분에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경쟁력을 이어간다. 1970년대 오일 쇼크로 판매가 급감하자 공장 근로자 1800명 중 젊은 사원 600명을 영업 파트로 배치했다. 남아 있는 공장 근로자의 평균연령이 높아졌지만 잘 돌아갔다. 1990년대 초반 일찌감치 65세까지 일하는 재고용 제도를 도입했다.

▶일본뿐 아니라 각국이 정년을 높이거나 없애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와 함께 팔팔한 ‘청년 노인’들이 쏟아진다. ’60세 정년’ ’65세 노인’ 기준은 이미 현실과 맞지 않는다. 지금은 청년 일자리가 더 급한 불이지만 ‘정년 70세’가 우리에게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