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시절 얘기다. 소상공인이 별안간 공기업 임원으로 갔다. 어찌된 일인지 물었더니 그의 답이 이랬다. “고시 출신 공무원 동생을 출세시키려 정치권 유력 인사에게 정치자금을 대왔다. 대선에서 그 당이 이겼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동생은 기관장이 못 됐다. 그들이 미안했는지 동생 대신 나를 챙겨줘서 이 자리에 왔다.” 그는 노 정부가 끝날 때까지 ‘따뜻한 세월’을 보냈다.

우연 같지 않은 이런 일들을 보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던 문 대통령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기업 격려 차원에서 한 대통령 말을 정권 사람들이 처세의 법칙으로 삼은 것인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누군가 높은 곳에서 알뜰히 챙겨주고 있는 듯한 사례가 적지 않다. 회계법인 5위권인 삼덕회계법인은 문 정부 출범 후 2년 새 매출이 62%나 늘어 업계에서 화제다. 2019년 금융 당국이 민간 기업에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제도의 수혜를 톡톡히 보았다. 이 회계법인은 산업부 요구대로 월성 1호기 원전의 경제성을 평가절하한 곳인데 그 보상이라는 말도 있다. 대통령이 나온 경희대 총동창회장을 지낸 사람이 이사로 있고, 노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로 총선에 출마까지 했던 회계사가 재직 중이라고 한다.

▶로펌업계에선 법무법인 LKB가 급성장했다. 조국 전 장관 부부와 김경수 경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를 변호했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정권 실세 및 친여 인사 사건을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진보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 출신 이광범 대표의 힘이라고 한다. 힘센 로펌으로 소문이 나면서 변호를 맡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금융상품 부실 판매로 기소된 우리금융 회장도 LKB에 사건을 맡겼는데 ‘직무 정지’ 족쇄를 풀고 연임에 성공했다.

▶호남 기반 중견기업 SM그룹은 문 대통령 동생을 선박관리회사 간부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동생을 건설사 대표이사로 영입해 재미를 봤다. 계열사 대한해운·대한상선이 정부로부터 136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계열 건설사는 3000억원대 정부 발주 도로공사를 따냈다. 재계 서열이 46위에서 35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측근이 설립한 공연기획사가 정부 행사 22건을 수주해 3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는 “능력이 검증된 업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 아들이 코로나 예술 지원금 1400만원을 받고 ‘아빠 찬스’ 논란이 일었는데, 당사자는 “높은 점수를 받아 뽑힌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연 같지 않은 이런 일들을 보면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던 문 대통령 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기업 격려 차원에서 한 대통령 말을 정권 사람들이 처세의 법칙으로 삼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