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경찰관에게 산업 기술 유출 관련 신고 포상금 액수를 듣고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대는 지난 7월 삼성 디스플레이의 LCD 생산 공장 운영 기술을 중국 업체들에 500억원가량을 받고 넘긴 시스템 개발 업체 전·현직 직원 4명을 검찰에 넘겼다. 수사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내부 고발자 A씨가 있었는데, 경찰청은 내부 심의를 거쳐 A에게 신고 포상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한다. A씨 덕분에 추가 기술 유출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고 포상금이 350만원이라고 한다. LCD 제작 공법은 삼성이 오랜 기간 축적한 노하우로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있다. 연구·개발비와 예상 매출액을 감안하면 수천억 가치다. 포상금을 지급하는 경찰 쪽에선 겸연쩍어했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고발자 입장에선 신분 노출 우려를 무릅쓰고 신고한 것인데, 적절한 보상을 주지 못하니 안타깝다”고 했다.

A씨처럼 기술 유출을 신고한 사람들이 받는 포상금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최대 1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포상금은 훨씬 적다. 경찰이 신고 포상금 명목으로 한 해 책정된 예산이 총 50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예산은 수년째 500만원 안팎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 유출 신고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매년 다른 예산에 밀려 적은 액수로 편성됐다”고 했다.

A씨는 그나마 신고 포상금을 많이 받은 편에 속한다. 경찰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신고 포상금을 지급한 건 A씨 포함 총 5건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7년 10월 한 방산업체의 국가 핵심 기술 자료를 유출한 피의자를 검거하는 데 구체적인 단서를 제공한 제보자는 15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엔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의 해외 주재원이 퇴사할 당시 국가 핵심 기술 자료를 열람한 사건과 관련한 첩보를 제공한 제보자가 있었는데, 그때는 200만원이 포상금이었다.

산업 기술 유출은 경찰이 검거한 것만 매년 100건 안팎 수준이다. 2019년 112건, 2020년 135건이다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2021년 89건으로 잠시 주춤했다. 2022년 104건, 올해 9월까진 83건으로 집계됐다. 매년 100여 건 검거 가운데 오직 극소수만이 신고 포상금을 받는다.

산업 기술 유출 검거의 상당수는 용기 있는 내부자 신고에서 시작된다. 그게 없다면 대부분 유출된 이후, 조치가 있어도 사후약방문이다. 포상금을 대폭 늘려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하지만 최근 기획재정부는 경찰의 ‘신고 포상금 예산 500만원을 내년 1000만원으로 2배 늘려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500만원이건 1000만원이건, 1년 총예산이 그 정도여서야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