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세 번째 생일을 맞은 자이언트 판다‘푸바오’가 대나무와 당근, 워토우(영양식 빵)로 만든 '생일 케이크'를 먹고 있다./박상훈 기자

요즘 대한민국은 ‘푸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판다 ‘푸바오’에게 열광 중이다. 푸바오는 2016년 한국으로 온 ‘아이바오’와 ‘러바오’ 사이, 국내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 판다다. 최근 쌍둥이 판다 두 마리가 태어나며, 언니가 된 푸바오와 ‘바오’ 가족들의 인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들의 인기에는 ‘푸바오 할아버지’ ‘푸바오 작은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와 송영관 사육사와의 관계도 한몫했다. 직접 생메밀 껍질을 까서 새끼 판다 베개를 만들고 대나무와 죽순을 엮어 푸바오의 생일 케이크와 화관을 만드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이들도 ‘바오’ 가족이라며 ‘강바오’ ‘송바오’라는 애칭을 붙이기도 했다.

같은 판다이지만 미국 테네시주(州) 멤피스 동물원에 있던 판다들의 사정은 좀 다르다. 지난 4월 멤피스 동물원에서 수컷 판다 ‘러러’가 사망했다. 러러의 짝인 암컷 판다 ‘야야’ 또한 털이 푸석해지고 살이 빠져 초췌해진 모습이 공개됐다. 동물 보호 단체와 중국인들은 야야 송환 운동을 펼쳤고, 2003년 4월 미국으로 보내진 야야는 약 20년 만에 고국 땅을 밟게 됐다.

중국은 쓰촨성 등지에서 서식하는 자이언트 판다를 자국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거나 우호 관계에 있는 국가에 보내는 ‘판다 외교’를 펼치고 있다. 보낸 판다가 새끼를 낳을 경우를 포함, 소유권은 독점하며 번식이 필요할 때 등 일정 시기가 되면 본국으로 송환한다. 한 쌍 임대료만 한 해 100만달러(약 13억원)에 달하고, 타국에서 판다가 사망할 경우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외교 관계가 악화되면 판다의 거취도 불안정해진다. 2017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만났을 때 중국에선 미국에 대여해준 판다를 소환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다. 최근 중국에서는 한국의 사육사들이 바오 가족을 극진하게 보살피는 모습이 화제를 일으키며 “푸바오는 한국에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될 경우 한국의 바오 가족 또한 언제 중국으로 소환될지 모른다.

강철원 사육사는 최근 한 방송에서 “사람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물이 행복한 것은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의 목적으로 사용된 동물의 행복을, 사람은 고려하지 않는다. 철창에 갇혀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 살던 곳과 다른 생태적 환경으로 옮겨지는 것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다. 도착한 동물원의 상황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기도 하고, 더 이상 신기하거나 귀엽지 않은 동물들은 종종 골칫거리가 된다. 푸바오의 귀여움에 가려진 판다 외교와 동물 외교 전반에 대한 중국의 자성이 필요한 이유다.

푸바오는 내년이 되면 짝짓기를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이별해야 하는 ‘푸공주’와 바오 가족들이 무슨 죄인가. 부디 어디에 머물든 영원한 아기 판다 푸바오의 남은 ‘판생(生)’이 행복했으면 좋겠다.